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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

안유회 / 편집국 코디네이터

경제력이 만능이 된 시대
높은 실업률 정권까지 위협
유럽 이어 미국도 발등의 불


뒤늦게 영화 '써니'를 봤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 이름마저 '빙글빙글'의 (임)나미인 '써니'는 복고풍 영화였지만 생각보다 능글맞았다.

전업주부 나미가 30년 만에 '우연히' 친구 하춘화를 만나고 '불치병'을 앓고 있는 춘화는 나미에게 옛 친구들을 보고 싶다고 부탁하고 나미의 남편은 때 마침 두 달간 출장을 가야 한다며 사라져주고….이 전근대적 플롯을 강형철 감독은 병원 환자(혹은 폐인)들이 막장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설정에 분노하는 장면으로 간단하게 퉁친다.

그리고 '써니'는 멜로드라마와 코미디를 버무리며 1980년대와 2010년대 딱 두 시기를 마구 대비시킨다. 30년을 사이에 둔 하춘화의 성격 변화는 너무나 명료하게 30년 사이에 극적으로 변한 세상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80년대엔 주먹으로 2010년대엔 돈으로 친구들을 감동시키는 하춘화라는 캐릭터에는 80년대의 추억만큼 2011년의 현실이 담겨있다.



2차대전 종료 이후 30~40년 동안 계속되던 주먹(군사력)의 시대는 레이건 시절 냉전 종식과 함께 조금씩 돈(경제력)의 시대로 접어든다. 아직 모든 이들이 그 기운을 감지하지는 못하던 때 그 시대 변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정치 슬로건화한 사람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었다.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외칠 때 오늘 같은 날을 예감했어야 했다.

이제 경제문제는 금융위기와 국가 재정위기 같은 거시경제는 물론 미시경제를 넘어 생존 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갤럽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39%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실업이나 일자리'라고 꼽았다. 경제위기는 일자리라는 생존의 골목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일자리 걱정이다. 오바마의 최대 고민도 일자리고 50년만에 최고치라는 미국의 빈곤층 비율 15.1%도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비 삭감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가장 먼저 내건 이유는 방위력 약화가 아니라 실업률 1% 증가였다.

실업률은 이미 가공할 파괴력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붕괴 뒤에는 40%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정권이 붕괴된 튀니지와 이집트도 이와 비슷한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프랑스 폭동과 올해 런던 폭동은 실업 폭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연합 전체의 평균 청년 실업은 20%를 넘어섰고 스페인은 40%선이다. 미국도 만만치 않다. 노동절 며칠 뒤인 9일 발표된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하는 18.1%였다.

문제 해결은 험난해 보인다. 실업의 사회불안 요소를 제어할 사회보장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직업이 필요한 것은 젊은이 만이 아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들도 은퇴를 미루고 있다. 사회보장 축소에 재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써니'를 보고 나오면서 조금 과장해서 이건 경제 영화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진 건 거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거친 변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약 20년 만에 슬로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에서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로 더욱 심각해졌다.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또 다른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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