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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숙자 센터 건립 반대하는 사람들

김정균 사회부 기자

미국이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인정이 사라지고 있다. 안 그래도 집값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값이 더 떨어질까봐 복지시설 유치 자체를 꺼리는 주민들이 나타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회복지 시설조차 개인 이기주의에 따른 '님비(NIMBY)' 현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OC레지스터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스탠턴시 비치블러바드 선상 빈 공터에 추진중이던 노숙자들을 위한 센터 건립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시는 3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노숙자 546명의 구제에 나설 예정이었다.

거리에 방치돼 있는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는 교육시설을 마련하고 무료로 이들의 건강을 체크해 주는 클리닉 그리고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30여개의 유닛을 만든다는 게 시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에서 계획만 발표했을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인데도 주민 수십여 명이 지난 13일 열린 시의회에 참석 '노숙자센터 설치 반대'를 외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들은 노숙자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동네는 괜찮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며 시의 방침에 반발했다. 안 그래도 늘고 있는 노숙자 수가 센터 설치로 인해 더 늘어나 자칫 이곳이 노숙자들의 천국이라도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각종 질병과 알코올 중독에 찌든 노숙자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시의 뜻은 결국 무시됐다. 이들의 구제를 위해 센터설립에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 붓겠다고 나선 단체가 있는데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반대에 부딪쳐 사업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진 현실은 착잡함을 감추기 어렵다.

이러한 님비현상 외에도 인정이 사라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은 또 있다. 남가주 일대에서 기승을 떨치고 있는 구리 절도가 공원묘지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웨스트민스터 공원묘지에서는 지난 9개월 동안 166개의 구리 꽃병이 분실됐다.

경제난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치솟은 구리 가격 때문이라지만 그래도 묘지 꽃병까지 넘보는 것은 너무했다. 자신의 행위가 묘지에 묻힌 망자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될 것인지 절도범들에게 묻고 싶다.

경제가 나아지면 인정이 다시 생겨날 수 있을까? 우리 속담에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고 했다. 점점 삭막해지고 있는 세상인데 아무리 어려워도 인정은 살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오렌지카운티 13개 교회연합 소속의 각 교회가 1주일씩 돌아가며 노숙자와 그 가족을 위한 보호소를 제공하는 '노숙자 보호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또 지난 8월 풀러턴 경찰에 심하게 구타당한 뒤 사망한 노숙자 켈리 토머스의 사망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 주말마다 풀러턴 시청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은 무관심이 일상이 되어 가는 현실에서 이웃을 향한 인정의 끈을 놓지 않고 붙잡으려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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