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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스토리가 담겨야 진정한 명품

김석하/특집부장

이제 부부가 한국에 다녀오려면 남편은 적어도 1000~2000달러의 별도 비상금을 챙겨야 할 것 같다. 아내를 사랑해서 또는 아내에게 미안해서다.

'아내'들이 좋아하는 루이뷔통이 지난 10일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다. 이 회사가 공항에 입점한 것은 전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공항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시장'이어서 품격있는 자신들은 들어가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초로 수정한 것이다. 어렵게 '모신' 루이뷔통은 승객들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요지를 차지했고 매장은 다른 곳의 4배나 된다. 건너편에 있던 콧대 높은 샤넬은 자존심이 상해 매장을 아예 철수했다.

루이뷔통은 묘한 상품이다. 가장 잘 알려진 명품이고 특히 동양계 여성들이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3초 백'으로 불릴 정도로 거리에서 진품과 가짜가 뒤섞여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곳 LA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대중성으로 인해 적지않은 여성들은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명품의 탄생은 유럽 귀족사회에서 사교행사에 참여해 자신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시각적으로 튀기 위해 개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간단히 말해 '남과 다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너도나도 들고다니는 것이 됐고 이제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평등성 물건'이 됐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작품'이다. 주로 문화재나 예술 작품에 쓰여 왔다. 영어로는 masterpiece.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 90년대 초.중반부터 변질돼 유럽의 고급 브랜드 상품을 통틀어 지칭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본래 뜻인 양 굳어졌다. 이런 '한국식 명품'의 영어 표현은 brand-name product luxury item(good)이다. 좀 비꼬자면 문화.예술적 단어에서 값비싼 브랜드 사치품 단어로 추락한 셈이다.

명품의 정의는 단 하나 유일한 것(One & Only)이다. 루이뷔통 CEO 이브 카셀이 말하는 명품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전달한다.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품질과 기능은 사실상 별 것 아니다. 그것을 만지고 사용할 때 무언가가 느껴져야 한다.

최첨단 컴퓨터는 엄청난 기능이 있고 편리하지만 특별한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낡은 명품 가방과 신발에서는 스토리가 들어있다. 기능에다 감정이 더해지고 거기에 얼과 혼이 담겨져야 진정한 명품이라고 이 업계에서는 이야기한다.

여기서 명품에 관한 중요한 교훈이 있다.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명품이라는 사실이다.

세상 최고의 명품을 다룬 글은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나온다. 선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부부가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고급 머리빗을 아내는 탐스런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시계줄을 선물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른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필요 없고 시계를 팔아 버린 남편에게 시계줄은 소용없다. 부부는 서로의 세심한 배려에 부둥켜안고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아무 쓸모없는 싸구려 물건은 명품 중 명품이 됐다. 몇천 달러의 명품이 그 포옹과 눈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명품의 희소성은 사라졌다. 고가의 유별성도 시들하다. 명품의 참뜻은 오랜 세월 속에서 세심함과 진정성이 어우러진 그 무언가다. 당신의 소지품에는 어떤 명품이 있는가. 그것은 단 하나뿐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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