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가난을 상상하지 못하는 부자들

김완신/논설실장

오마바 대통령의 부자 증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부시 행정부 시절 가구당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적용했던 감세혜택을 폐지해 재원을 확충하고 이른바 '버핏세'를 통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적용되는 세율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부자 증세에 공화당은 즉각적인 반발을 보이고 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세제개혁은 필요하지만 증세는 안 된다"고 밝혔고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경기가 최악의 상태에서 부자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계급투쟁'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버핏세를 반대했다.

이에 오바마는 부자 증세는 '계급투쟁(class warfare)'이 아니라 '수학(math)'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는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부유층에게 세금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중간 소득층이나 빈곤층에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공화당은 부자 증세 반대 이유로 트리클다운 경제이론을 인용하고 있다. 감세정책과 기업규제 철폐로 부자와 기업가들의 투자 활동을 장려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즉 부자를 더 부유하기 만들어야 '부가 흘러내려(tricke-down)' 소기업과 서민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는 아버지 부시와 레이건 대통령이 채택했던 조세정책이었다.



부자 감세로 1920년대 쿨리지 대통령 시대에 유례없는 호황을 맞기도 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레이건 시절에는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악화와 소련과의 군비경쟁에 따른 지출증대로 재정악화가 초래되기도 했다. 워렌 버핏도 "지난 60년간 투자부문에서 활동했지만 부자 감세가 투자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한다.

조세정책은 국가의 근간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공평하고 바른 조세정책으로 융성한 나라가 있는 반면 잘못된 세금제도로 한 순간에 존폐 위기에 처하는 나라도 있다.

세금의 대표격인 소득세는 1799년 영국에서 처음 실시됐다. 나폴레옹 군대와 전쟁 중이던 영국은 부족한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소득세 제도를 도입해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정착시켰다. 미국도 독립전쟁 시기에 소득세 제도가 거론됐지만 실제로 시행된 것은 남북전쟁 당시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전쟁 후 폐지됐다가 20세기 초기에 세금제도로 확정됐다.

소득세가 도입된 이후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논쟁을 거듭해 왔다.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세율을 책정하는 것은 과세차별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활동으로 축적한 부자들의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자 증세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자본주의가 부익부 빈익빈의 필연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어 차등세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부자 증세의 실효성과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은 현시점에서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오바마식의 '수학'처럼 부자 증세에 따른 '수입'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복지혜택이라는 '지출'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시인 샤를 페기는 '특별한 배려심이 없는 부자는 가난을 상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소득세 도입의 계기가 됐다면 지금의 부자 증세는 불황과의 전쟁에서 국가재정과 서민복지를 살리려는 정책이다. 조세형평이라는 논리로 부자 증세를 반박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