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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빈대떡 부치는 냄새는 친근하고 다정하다. 얼마 전 추석을 지나며 오랜만에 빈대떡을 만들었다. 집안은 훈훈하고 넉넉했다.

올해는 우연히도 음력으로는 추석 양력으로는 9.11 테러를 기억하는 날이 하루 상관이었다. 모든 것이 풍성해 보이는 추석과 10년 전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생명 유린행위를 기억하는 날이 아이러니하게 겹쳐진 것이다. 올 추석은 그런 의미에서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 사건 그리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감사해야 하는 일 사람 그것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남의 일로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9.11 테러도 나와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보니 그냥 잊고 지나가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전쟁이란 무모하다. 집단의 욕심이 대중을 세뇌하고 거짓과 기만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사실처럼 부각된다. 국가 민족 종교 또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싸움을 걸고 땅 따먹기를 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사냥을 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었다고 학교에서 배웠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무기는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기 위해서 만든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 파괴에 앞장선 것이다. 그래서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알프레드 노벨은 유산을 인류 발전에 기여함으로 인류애를 보인 사람들에게 주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상대성 원리를 발견하고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명이 대량학살에 쓰여졌던 것을 괴로워했고 말년을 세계의 인간 평등 인간 권리를 위해 일했다고 한다.

전쟁의 후유증은 심각하고 완치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나의 부모님은 제일 큰 아들을 한국 전쟁에서 잃었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어머니는 만성우울증에 시달렸고 아이 둘을 혼자 길러야 했던 올케의 어려움은 태산 같았을 것이다.

큰 오빠가 전사했던 그 때 위정자들은 외국 유학이라는 미명 하에 자기 자식들을 보호했다. 부모님들이 느꼈던 배반감은 남은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소란했던 학창시절 나나 손위 형제들은 어느 누구도 데모에 가담하지 않았다. 또 우리집 밥상에는 만두가 오른 적이 없었다. 만두는 큰 오빠가 좋아하던 음식중의 하나였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는 성서 말씀을 어머니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가르치셨다. 성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라도 하늘 나라를 얻으라는 뜻이었겠지만 이 세상에서는 제 목숨을 잃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6.25 때 약 120만명의 군인이 죽었다고 한다. 이중 5만명 이상이 미국 청년들이었는데 그중 1만5000명은 생사불명이거나 포로로 끌려갔다고 한다. 미국은 개국 이래 235년 동안 국내외를 합쳐 60개 이상의 전쟁에 참여해 130만명 이상의 전사자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4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것은 미국의 예에 불과하다. 전 세계를 감안하고 일반 시민까지 합친다면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는 상상조차 힘든 숫자이다. 전쟁은 무모하다. 누가 이 전사자들을 기억할 것이며 그들이 남기고 간 유족들을 돌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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