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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발정난 공화국'을 어찌할까

[LA중앙일보] 발행 2011/10/0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1/10/05 19:30

이종호/논설위원

인구 반이 종교인인 나라에서 성범죄 조장환경 방치는 '모순' 건강사회 위한 대책 서둘러야
한국 뉴스 보기가 심히 민망하다. 신문 방송 등 매체마다 성폭행.성추행.성폭력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사회가 온통 성(性) 전시장이 된 탓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이다. 아예 음란 외설 사이트는 차치하더라도 요즘은 근엄했던 언론 사이트까지 선정적 기사와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다. 가족이 함께 보는 TV에서도 낯 뜨거운 장면들이 밤낮없이 흘러나온다. 한 집 건너 술집이고 한 발짝 건너 성을 파는 유흥업소들이다. 이렇게 온 나라가 성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데도 심각한 줄 모른다. 그저 조회수와 시청률 돈이라는 눈앞의 단물 빨기에만 급급해 몸뚱이 썩어가는 줄 모른다.

그러던 차 영화 '도가니' 열풍이 몰아쳤다. 청각장애아들을 상대로 온갖 짐승같은 짓을 다 저지른 어른들의 인면수심과 그것을 방조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고발한 영화다.

영화의 원작이 됐던 공지영 소설을 먼저 봤다. 무겁고 칙칙한 내용에 몇 번이나 책장을 덮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읽었다. 안타깝고 추잡한 현실 앞에 울분과 참담함을 가눌 수 없었고 뒤틀린 욕정과 역겨운 변명들 앞에 분노가 치밀었다.

아마 영화는 훨씬 더 생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리한 영상의 힘으로 현실보다 더 실감나게 실상을 고발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 한 편에 전국이 들끓고 있다. 관련 법을 정비한다 문제 학교를 폐쇄한다 등 대책도 무성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한국 사회의 성 윤리가 바로 세워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이 나라가 훨씬 건전하다는 것이었다. 더 깊은 실상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성범죄와 성의 상품화에 관한 한 미국처럼 민감하고 엄격한 규제 장치를 가진 나라도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은 한국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성 충동을 부추기는 환경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뉴스.드라마.광고.영화.게임.만화 이대로는 안 된다. 제대로 심의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구호에 위축되어서도 안 되고 돈 앞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대운하니 4대강이니 하는 것에 힘 뺄 것이 아니라 음란.퇴폐.타락의 오물로부터 한국 사회를 지킬 둑부터 먼저 쌓았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성범죄 처벌강화도 시급하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아동 성폭행범 제임스 케빈 포프에게 무려 4060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도가니'의 실제 모델이었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용의자들은 대부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가장 중한 처벌조차 3년 이하의 징역이었다.

얼마 전 국회가 '죄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구절까지 들먹이며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것도 코미디였다. 이렇게 성범죄자들이 적당히 시간만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활보할 수 있는 사회에선 백약이 무효다.

결국 개인의 도덕성 문제다. 5000만 한국 인구중 거의 절반이 신실한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는 기독교.불교.천주교 신자들이다. 그리고 비종교인들 역시 대부분은 '착하게 살자 바르게 살자'를 되뇌며 산다. 그런데도 오늘 날 대한민국은 이렇게 '발정난 공화국'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으니 도대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말 언제쯤이면 낯 부끄러운 한국 뉴스들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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