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사과 밭 그 사나이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그가 태아였던 시절,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를 임신한 여성은 그를 부유한 부부에게 입양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났을 때 그 부부는 그를 거절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여자 아이였소.” 마침 한 부부가 그 사내아이를 키우고 싶어했다. 부부는 각기 고졸, 중졸의 학력이었다. 이들은 약속을 했다 비록 자신들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아들만큼은 반드시 대학에 보내겠다고.

 17년 후에 그 사내아이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의 한 학기 등록금은 그의 양부모가 평생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모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대학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는 인류 문명사에 아름다운 ‘사과나무’를 여럿 심어 놓고, 시월의 어느 날 홀연 지구를 떠났다.

 한국의 어느 노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온 종일 어느 미국인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아닌 것 같고, 그가 누구인지 노인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집 앞에, 영정 앞에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갖다 놓는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먹다 남긴 사과를 바치다니….” 노인의 사위가 설명을 해 준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컴퓨터 회사 창립자가 사망했는데, 그 회사 상징이 바로 그 한입 베어 물은 사과랍니다.” 내 어머니는 그제서야 손자 녀석이 매일 손에 들고 돌아다니던 기기에 사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을 회상해 냈다.

 애플 컴퓨터 회사의 그 '사과' 로고는 창립 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애플사의 단색 ‘사과’ 로고는 1998년 이후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25년 가까이 무지개 색 사과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을 로고로 사용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그림 주위에는 ‘뉴턴, 낯선 상념의 바다를 영원히 홀로 떠도는 정신(Newton, 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strange seas of thought alone)’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어제는 집 근처의 농장 직거래 장터에 나갔다. 마침 사과 농장 농부가 새벽 이슬이 아직도 생생한 사과들을 종류별로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그런데 한 농부가 사과 한 조각을 권하며 “This is McIntosh(이것이 매킨토시 사과입니다)!”라고 설명을 해 준다. 매킨토시? 매킨토시는 애플 컴퓨터 회사의 컴퓨터 이름이 아니었던가? 요즘은 ‘맥’이란 것이 전자제품 매장에 깔려 있지만, 그 전에는 매킨토시라는 컴퓨터가 유명했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사과 종류 이름이었다고 한다. 매킨토시 사과는 캐나다의 사과 농장 주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캐나다 및 미 동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과라고 한다. 매킨토시 사과 역시 간단히 ‘맥’이라고 부른다. 나는 매킨토시 사과 몇 알을 고르고, 농부가 내미는 아이패드에 부착된 신용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여 카드를 입력하고, 그의 아이패드에 손가락으로 서명하는 식으로 사과 값을 치렀다. 스티브 잡스는 죽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 있다.

 혹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선악과’가 ‘사과’가 아니었을까 상상한다. 그래서 남자의 목젖을 영어로는 아담의 사과(Adam's App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담이 한입 삼키다가 하느님께 걸려서 미처 삼키지를 못했다던가. 신화 속에서 황금 사과 한 알은 트로이 전생을 불러온 불씨가 되었고, 뉴턴은 사과가 툭 떨어지는 현상을 사색하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다가갔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사과 한 알을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해서 ‘An apple a day keeps a doctor away’라는 속담도 널리 퍼져있다.

 얼마 전 평생 ‘사과’에 미쳐서 사과가 그려진 도구들을 세상에 뿌려대던 한 사나이가 지구를 떠났다. 사과가 익어서 뚝뚝 떨어지는 향기로운 어느 가을날에. 그는 지금쯤 먼먼 상념의 바다를 홀로 유유히 산책하고 있으리라.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