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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우리 역사가 부끄러우십니까?

이종호/논설위원

올해 한국에선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됐다. 이와 관련 우선 기존 교과서 내용의 편향성을 바로잡고 한국사 교육에 있어서도 세계사의 맥락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급한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로잡는 일일 것 같다.

며칠 전 검진차 들른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어떤 분의 말씀이 귓전을 맴돈다. "한국 사람들 도무지 질서를 몰라. 툭하면 편 갈라 싸움질이나 하고. 역사가 그 모양이니 그렇지."

무슨 일인지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웬 애꿎은 역사 탓? 이 분만이 아니다. 주변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전형적인 일제 식민사관의 폐해다.

어느 나라 역사든 어두운 면이 있고 밝은 면이 있다. 역사를 너무 미화하는 것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낮춰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긍정이 지나치면 국수주의로 흐르고 부정이 과하면 자기비하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균형있는 시각이 중요하다.



간혹 아이에게 자랑스런 우리 역사를 알려 주고 싶은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딱 맞는 '꺼리'가 있다. 유명 학자 언론인들이 선정한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사 7장면'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신라의 삼국통일이다. 어떤 이들은 민족의 영토가 한반도 안으로 국한됐다는 이유로 이를 아쉬워도 한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휘젓던 고구려를 생각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신라 삼국통일이야말로 본격적인 민족국가의 출범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역사상 민족 분열을 이렇게 일찍 극복하고 1000년 이상 통일 국가를 유지한 민족은 별로 유례가 없다.

둘째는 신라-고려로 이어진 불교문화다. 세계 4대 종교의 하나로 한국에서 꽃 핀 불교의 이론적 성과와 자취들은 세계 어떤 나라도 따르지 못한다.

셋째는 고려의 자주성이다. 고려는 거란 몽골 등 막강한 외적의 침탈에도 민족적 자주성을 의연히 지켜냈다.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 등은 그런 배경 속에서 이뤄진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넷째는 한글창제다. 한글의 독창성 과학성은 IT시대에 이르러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의 진정한 위대성은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 있다. 세계 어느 나라 글이 이렇듯 '백성'을 위한 글이었단 말인가.

다섯째는 유교문화다.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한국만큼 유교가 제대로 적용 발전된 나라도 없었다. 인.의.예.지에 기반한 우리의 미풍양속은 모두 유교 정신의 구현이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자랑이다.

여섯째는 기독교 부흥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단순히 종교가 아니었다. 기독교적 자유 평등 도전 정신에 힘입어 한국 근대사는 한단계 업 그레이드 됐다. 세계 종교사에서 유대인에 비견되는 유일한 민족이 한민족이라는 것 또한 세계인들에겐 경이로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는 한강의 기적이다. 대한민국은 6.25 폐허 위에 들불처럼 일어난 기적의 나라다. 세계가 놀라는 것이 당연하고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우리의 현대사다.

영국의 역사가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민자로서 우리는 어떤 눈으로 한국사를 봐야 할까. 그리고 2세들에게 어떤 역사를 들려줘야 할까.

10월은 여러모로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이럴 때라도 한 번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긍정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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