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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죽음에 이르는 병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주말에 방문한 한 교회 신도들의 슬픔과 당황이 섞인 말이었다. 이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해 오던 60대 초반의 남성이 최근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그가 죽음으로 갈 때까지 무관심했던 자신들에 대한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친했던 친구는 바로 전날 밤에 그의 전화를 받았지만 바쁜 일이 있어 다음 날 이야기하자고 끊었고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교인 모두가 '남은 자의 죄의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자살에 대한 강의를 청탁한 것이 나의 교회 방문 이유였다.

고인은 늘 남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앞장섰다고 한다. 2년 전 직장을 잃은 후에도 여전히 다정한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왔다. 그러던 중 부인의 별거선언이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갔다. 그는 아무런 정신적 치료를 받지 못했다. 남을 돌보며 보람을 느꼈지만 자신을 돌보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던 불행한 사람이었다.

나는 우선 자살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지난 38년간의 정신과 의사생활은 나에게 많은 도전과 충격을 주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단연 환자의 자살이었다. 3명이 모두 남성이었고 두 환자는 20대 초반의 백인 그리고 다른 환자는 갓 은퇴한 65세의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자살 기도는 단연 여성에서 많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월경이 시작되는 사춘기와 임신기간 출산 후 그리고 갱년기에 많은 여성들이 '주요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된다. 신체적 변화에 겹쳐서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잃고 상실감을 맛볼 때 또한 환경에 큰 변화가 오는 경우에 이 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남성들의 경우 '주요 우울증'이 걸리는 시기는 대부분 중년기인 45~59세 이후에 많고 노년기에도 계속 증가된다. 수면이나 식욕에 변화가 오고 이유없이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다. 또한 기억력이 감소되며 매사에 의욕을 잃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우울한 기분이 적어도 2주간 계속되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주위 사람들이 "혹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느낌을 말해 버리면 행동으로까지 가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자살 시도를 위해 권총이나 밧줄 등을 준비해 놓았다면 긴급상황이니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 혹은 경찰을 통해 응급조치나 입원수속을 해야 한다.

'주요 우울증'과 비슷하게 우울증상이 심하지만 과거에 '조증(mania)' 병력이 있었던 '조울증(최근에는 양극성 질환이라 불림)' 환자들에게서는 자살기도가 더욱 빈번하고 방법이 더욱 심각해(예를 들어 권총 사용 목매달기 혹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림) 자살의 위험이 훨씬 높다.

여성이 남성 환자보다 3배 자살기도가 많지만 남성은 여성에 비해 3배 높게 자살에 성공한다. 많은 남성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 익숙지 않고 오랫동안 참아오다 행동에 옮기는 데다 음주 후 감정의 억제가 무너질 때 자신을 파괴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자살 환자의 70% 이상에서 나타나는 원인병이다. 우울증은 두뇌의 병이고 결코 인격장애나 정신력의 박약이 아니다. 당뇨병이 췌장이라는 장기의 병인 것과 마찬가지다.

약물이나 상담치료 못지않게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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