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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미국식 민주주의의 종언

안 유 회 / 편집국 코디네이터

인류 최고 체제로 칭송받던

자유민주주의도 위기 직면

월스트리트 시위 향방 관심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역사의 종언'을 출간한다. 1992년이면 옛 소련이 해체된 해다. 오랜 냉전 끝에 소련이 이끈 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졌고 미국이 주도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승리했다.

'역사의 종언'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냉전 종식을 체제경쟁의 승패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책 제목처럼 냉전 종식을 '역사의 끝'으로 해석했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역사가 도달한 최상의 사회체제라는 주장이었다.

후쿠야마 교수의 시각을 지지하면 남은 선택은 간단하다. 미국의 사회체제를 수용해 역사의 대세에 합류하던가 아니면 역사의 흐름에서 도태되던가 둘 중 하나다. 미국은 하나 뿐인 역사의 물결이었고 많은 나라가 이 대세에 올라탔다.

후쿠야마 교수가 '역사의 끝'을 외친 뒤에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없이 돌아 19년이 흐른 뒤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시작됐다. 놀랍게도 이들은 중동의 민주화 운동에서 시위의 영감을 얻었다. 또 시위대가 광장에 들고 나온 종이판에는 '계급 충돌' 같은 문구나 체 게바라의 사진이 있었다. 주코티 공원에선 시위대가 길에 놓인 성조기를 밟고 가기도 했다.

시위의 방법도 브라질에서 '무토지 농민운동'(MST)이 벌인 빈터 점유 운동을 닮았다. 상위 20%가 토지의 90%를 소유한 브라질에서는 1984년부터 땅이 없는 농민들이 부재지주들의 토지를 점유해 소유하는 운동이 전개됐다. 이들은 20여년 동안 600만 헥타르를 점령했다.

소유의 편중과 이에 대항해 벌인 물리적 점유 방식은 브라질의 토지냐 미국의 돈이냐의 차이가 있지만 너무나 흡사하다. '역사의 종결'이라는 미국의 체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역사의 종결'은 커녕 민주주의의 암흑지대에서 시위의 영감을 얻고 빈부격차가 극심한 국가에서 싸움의 방식을 원용하고 있다. 광장에 등장한 체 게바라의 사진은 스스로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에 던지는 물음표일 것이다.

미국의 19년 독주는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하는 것처럼 절대 우위는 절대 추락하는 시기는 아니었을까? 옛 소련과 체제 싸움을 벌일 때의 경쟁 속의 긴장과 자기 단련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라이벌이 사라진 세계에서 표준이 된 자의 오만과 독주 일방주의가 지금의 상황을 몰고 온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분식회계와 사기업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이 가능할 수 없다. 이 둘은 미국이 건강한 경제를 해치는 대표적인 해악으로 꼽았던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는 19년 독주의 해악에 위기를 느낀 미국인들의 자기 각성 긴장으로도 보인다. 그들이 체 게바라의 사진을 들었다 해서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잘 되는 사회는 없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안정과 발전을 이루는 사회는 없다.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의 주장이 중구난방이라는 비판도 있다. 중구난방이 민주주의 아닌가. 이미 이들의 시위는 한달이 지난 15일 전세계 70여개국 800여개의 도시로 확산됐다. 이 시대의 어떤 아픔을 담아낸 보편성이 있다는 얘기다.

19년전 '역사의 종언'을 외쳤던 후쿠야마 교수는 올해 "지금의 미국 모델로는 중국을 가르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미국식 민주주의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는 전세계적 대세였지만 지금 그런 흐름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역사의 종언'을 외쳤던 후쿠야마 교수의 시각 교정이다.

미국의 미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주장을 어떻게 수용하고 걸러내느냐에 달려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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