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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월스트리트 분노 부른 양극화

김완신/논설실장

미국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극단으로 구분되는 나라가 아니다. 빈부차이는 '있고 없음'보다는 소유한 것들의 질로 결정된다.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계층은 있어도 가진 것이 전혀 없어 굶는 사람은 드물다. 부유층이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면 서민층도 낡았지만 차를 갖고 있다. 부자와 빈자 모두에게 생존의 기본조건은 제공된다. 다만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것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강점이다.

이런 점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는 이례적이다. 시위대들은 99%의 '못가진 자'와 1%의 '가진 자'로 계층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달전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는 각국에서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토드 기틀린 콜럼비아 대학 교수는 "월가 시위가 지난 세기 반전운동이나 인권운동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유례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퀴니팩 대학이 17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뉴요커의 67%가 '월가 점령'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위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의 주장은 모호하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부유층에 대한 반감을 주장하면서도 이를 시정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변혁을 이끄는 동력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퀴니팩 대학 여론조사연구소의 모리스 캐럴 소장은 시위의 성격에 대해 "목표로 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며 "그러나 미국민의 70% 정도가 지지하고 월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반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지구촌의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시위의 구심점이 없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집단이라는 점에 한계가 있지만 단순히 일과성의 시위로 그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미시간 대학의 마이클 히니 교수도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러나 시위가 전례가 없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위의 지속여부는 경제상황 미디어의 관심 시위대 진압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발적 동참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를 보는 민주.공화당의 입장은 첨예하게 양분돼 있다. 월가의 은행가들을 '살진 고양이'로 묘사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계급투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월가 시위는 지난 한 달간의 활동에도 아무 것도 바뀌어 놓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와 정부를 움직이지도 못했고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하지도 않았다. 다만 월가 시위가 의미를 갖는 것은 수면 아래 잠겨 있던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끌어내 이슈화했다는 점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를 해치는 7가지 징조에서 '노동 없는 부의 축적'과 '도덕성 없는 상업'을 지적했다. 거대한 금융회사는 도덕성을 상실했고 자본이 또 다른 부를 가져다 주는 시대에 노동의 가치는 축소됐다.

장기간의 불황과 금융권의 탐욕으로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위대의 구호처럼 사회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양분될 것이다. 삶의 질이 아닌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만 할 때 미국의 저력은 사라진다. 월가 시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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