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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코요테 복제, 그 다음을 우려한다

이종호/논설위원

황우석 박사가 뉴스의 중심에 다시 섰다. 2005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동을 겪었던 그가 지난 17일 코요테의 체세포 핵을 개의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코요테 암수 8마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개와 코요테는 비슷하지만 종(種)이 다르다. 이런 이종(異種) 간 복제는 전에도 산양과 양 사이에 있긴 했지만 코요테와 개 사이에서는 황 박사가 세계 처음이라고 한다. 황 박사팀은 나아가 종보다 상위 분류 항목인 속(屬)이 다른 동물간의 복제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만약 이런 이속(異屬) 간 복제까지 성공한다면 코끼리를 통해 멸종된 매머드까지도 되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쯤 되면 불편하지만 다시 인간 복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복제인간이 충분히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과학계의 시각이다. 신의 영역인 줄로만 알았던 생명조작 기술이 인간의 손으로 조금씩 넘어오면서 이젠 더 이상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보는 형국이 된 것이다.

남은 것은 신학적 윤리적 문제 뿐이다. 논란은 1978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출생했을 때부터 예고됐었다. 1996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포유류 최초의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 이후 여러 종류의 동물 복제에서도 드러났듯이 더 이상 성적(性的) 결합을 통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됨에 따라 복제 인간도 더이상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2005년에 나온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The Island)'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인간 복제로 야기될 미래의 모습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배경은 2019년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생명공학업체는 장기를 구하지 못한 고객들의 DNA를 스캔해 복제인간(클론)을 만든다. 클론은 인공 자궁 속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어느 정도가 되면 '원본 인간'의 기억까지 주입받는다. 복제인간은 적절한 운동과 최소한의 교육 정기적 건강 체크 등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해 나간다. 그러다가 '원본'이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면 하나 둘 아무 것도 모른 채 수술실로 끌려간다.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완전한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다. 장기 이식을 위해 사육되는 하나의 '제품'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동시에 어느 순간 불쑥 도래할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태' 앞에 철학과 신학이 아니 전 인류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생명공학을 제어할 윤리적 규범은 어떤 식으로든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인간 복제 역시 아직은 반대쪽이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인간 복제의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난치병 치료는 물론 불임부부나 동성애자 독신자 등 자신의 '유전적 2세'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생명 잉태의 희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등이 이유다.

그럼에도 황우석 박사의 코요테 복제 성공을 보는 마음은 반가움보다는 찜찜함이 더 크다. 동시에 '아일랜드' 영화처럼 정말 2019년 쯤에는 '복제인간 탄생'이라는 불편한 뉴스가 들려올 수도 있겠구나하는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물론 그런 날이 온다 해도 '생명 현상은 오직 신에게 속한 것'이라는 지금의 믿음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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