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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은행과 부정은행의 경계

염승은/경제부 기자

수년전 가주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이 하나둘씩 결말을 맺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폐쇄된 중국계 은행 '유나이티드 커머셜 뱅크(UCB)'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와 '베벌리힐스판 버나드 메이도프'로 불리는 에즈리 남바의 민사소송 결말 얘기다.

최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폐쇄된 UCB의 고위 간부 13명에게 164만달러의 벌금과 은행 활동금지 징계를 내렸다. 은행 폐쇄 이후 여러 은행에 흩어져 생업을 이어가던 전 UCB 고위 간부들은 현업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 앞으로 은행업과 관련한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UCB가 폐쇄되기 얼마 전인 2009년 8월쯤 한 한인 은행원과 커피를 마시던 자리로 기억된다. 그는 UCB에 뇌물과 부정대출이 만연하고 회의실에서 남녀 직원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 적발되는 일까지 있을 정도로 사내 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는 '소문을 가장한 진실'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길어도 반년 안에 은행이 폐쇄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는 한인은행인 미래은행이 폐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기에 무척 흥미로웠고 그 예견은 현실로 이뤄졌다.

UCB는 성장 일변도 정책 속에 타락한 고위 간부가 부정을 일삼으며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투자자의 돈을 멋대로 유용한 남바는 최근 끝난 민사사건 만으로 7년형에 20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앞으로도 다수의 형사 소송건을 남겨두고 있다. 남바 케이스는 지금은 폐쇄돼 윌셔은행의 손에 넘어간 미래은행 과 관련이 있다.

미래는 남바가 소유했던 라스베이거스 인근 공터 부지를 담보로 1000만달러가 넘는 액수의 대출을 내줬다.

미래의 남바 대출건을 잘 알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담보로 했던 땅이 어떤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잘 쳐줘도 200만달러도 되기 힘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미래의 남바 대출 건은 미래의 폐쇄와 맞물려 한인은행권의 지나친 확장이 가져온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불경기 때문이라는 이유 지난 3년여 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모든 은행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하소연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경고 신호에 무심했던 은행 경영진과 이사들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은행들이 이렇게 오래 고생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섞인 반성이다.

부주의나 과실로 인한 문제가 영향을 끼쳐 은행이 부실해졌다면 여기에는 옳지 않다는 의미의 '부정'이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한인 은행권에 한 개인의 사욕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 부정이 있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은행들이 흑자로 돌아서며 다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는 요즘 UCB와 남바 사건의 결말을 보며 한인은행권의 부실과 부정의 모호한 경계가 눈에 걸린다. 한동안 계속 될 지금의 불경기가 한인 은행들의 모호함을 없애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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