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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경제성장 발목 잡는 '고학력 사회'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의 교육열은 뜨겁다. 자녀들의 지상목표를 대학입학으로 정해 놓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은 왜 공부만 강요하느냐고 묻는다. 부모들은 식민지 시대를 거쳐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경제대국을 이룬 원동력은 교육이었다고 대답한다.

지난 세기 교육열이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 놓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자원과 자본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삼성 휴대폰과 현대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교육열 덕분이었다. 입시 과열과 공교육 부재 등의 지엽적인 문제는 있지만 '자녀에게 대학교육만은 시키겠다'는 열정은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여러 차례 교육의 성공사례로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찬사와는 반대로 24일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고학력 과잉현상을 지적하는 색다른 칼럼을 게재했다.

한국의 교육성공 사례는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80년 27.2%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2000년대 중반에 80%를 넘어섰다. 미국 70% 일본 50% 독일 40%를 넘는 수치다. 전국민이 대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과잉 고학력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졸자 채용을 독려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대학졸업장을 학문연구의 결과가 아닌 '사람 구실을 하는 자격증'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정서는 사회에 만연돼 있다. TV드라마를 봐도 주인공은 아무리 가난해도 대졸자이고 주인공이 고졸자였다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반드시' 대학을 졸업시킨다.

이코노미스트의 대니얼 튜더 한국 특파원은 한 기고문에서 대학교육과 관련해 영국과 스위스를 비교했다. 그는 15세에 학교를 자퇴한 자신의 아버지를 예로 들면서 이전에는 저학력자도 열심히 일하면 관리직에 오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한다. 80년대 들어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대학졸업장을 요구하면서 대졸자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는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런던에서 발생했던 청년폭동의 표면적인 이유는 인종차별이었지만 고학력 실업자들의 취업난도 원인이 됐다. 반면 스위스는 선진국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낮지만 저학력자가 화이트칼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도 주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고학력자 중 비경제활동 인구는 300만명에 이른다. 지난 4월 기준 대졸자 고용률은 74.7%로 낮아져 역대 최저다.

경기 회복기미에도 학력 인플레로 한국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금융 사무직 서비스 분야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할 형편이다. 청년실업률 증가의 주원인으로 경기침체가 지목되고 있지만 불황이 끝나도 사무직과 제조업의 인력 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실업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3년부터 통계적으로는 대학 정원이 고졸자수를 넘었지만 특정 유명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되고 양산된 대졸자를 수용할 만한 산업기반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경제 성장의 추진력이면서 한국민의 미덕이었던 교육열이 오히려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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