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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분노하는 '가난한' 젊은이들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세계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치
생존의 기본권리 찾기 위한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 폭발


지난 24일 영국 정부가 통계를 하나 발표했다. 올해 8월 영국을 놀라게 했던 런던폭동 현장에서 체포돼 기소된 피고인 1984명에 대한 분석이다. 발표에 따르면 피고인의 절반은 21세 미만이었다. 그 중 10~17세가 26%였다. 40세 이상은 5%에 불과했다. 경제적으로는 35%가 실업수당을 42%가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받고 있었다. 핵심은 젊은이의 경제문제였던 것이다.

전세계가 젊은이들의 분노로 요동치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무너트린 젊은이들의 분노는 튀니지와 시리아 등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다. 그 불길은 대양을 건너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로 튀었다.

한국의 10.26일 재보선에서 변화를 이끈 힘 중의 하나도 젊은층의 분노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대 박원순의 득표율을 보면 20대는 28.1% 대 71.2%였다. 30대는 이보다 더 벌어져 25% 대 74.7%였다. 한 때 한국에서 설득력을 가졌던 '20대 보수론'은 흔적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의 격차다.



젊은이들은 기존 질서나 권위를 부정하는 성향이 있다. 권위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렇게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면 또 다른 젊은 세대가 이를 부정한다. 한 사회가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장강이 항상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노도로 바뀌어 격렬하게 한 시대를 쓸어버리기도 한다. 미국의 기성 세대가 추구하던 세계전략을 바꾼 베트남전 반대 학생 시위는 이 경우에 속한다.

지금 세계로 퍼져가는 젊은이들의 분노는 북아프리카에서는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는 노도였다. 미국에서도 그럴까? 현재로선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동력이 떨어지며 잠복된 에너지로 약화됐다.

하지만 잠복된 에너지는 언제든 계기가 주어지면 폭발할 수 있다. 이들의 분노는 이상이 아니라 생계이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 젊은이들은 흔히 '분노하는 젊은이'로 불렸다. 지금 세대는 '분노하는 가난한 젊은이'로 불린다. 구글에 검색어를 쳐보면 금방 알 수 있다. 'angry young'까지만 치면 'angry young and poor'가 뜬다. 심지어 'angry young and poor coupons'까지 나온다.

지난해 세계노동기구 보고서를 보면 2009년 전세계 청년 실업률은 13%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그나마 직업을 구한 이들도 저임금이었다. 전세계 청년 노동인구의 28%인 1억520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임금을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더 현실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청년실업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 15~29세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3%였다. 공식 실업률 8.6%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체감 실업률은 주당 근무시간 36시간 이하 등 실질적인 실업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2009년 2010년 전세계에 걸친 청년 실업이 2011년 전세계 곳곳에서 분노로 폭발했을 수 있다. 다만 실업의 충격을 흡수할 완충능력이 약한 이집트 등에서 먼저 터졌을 뿐이다.

적어도 지금 젊은 세대의 분노는 이해 가능한 것이다.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과는 다르다. 일하는 것은 사실 기회의 문제보다는 권리의 문제다. 누구에게나 일할 권리가 있다. 그건 곧 생존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폭탄을 안고 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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