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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지영 조사와 뒷걸음 질 인권

구혜영/특집부기자

지난달 27일 한나라당 인권위원회가 공지영 작가에 대한 경찰조사를 요청했다. 소설과 영화에서 도가니 사건이 과도하게 표현돼 국민감정이 격앙됐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공씨는 트위터를 통해 "이제 한나라당이 절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주려고 '꼼기획'을 시작하셨네요. 감솨!"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에 앞서 22일 영화 '도가니' 시사회를 위해 LA를 방문한 공씨를 만났다. 그는 "소설은 실화가 가진 힘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회 정치를 몰라서 순진했던 날들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특히 '인권후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했다. 하고 싶은 말 해야하는 말을 정부와 권력자들이 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인권은 5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부분적 언론자유국 국경없는 기자회의 2010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선 전체 178개 국가 중 42위다. UN 프랭크 라뤼 특별보좌관은 "(한국의) 표현의 자유 영역이 최근 몇 년간 특히 2008년 촛불 시위 이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좋다'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연권이다. 하지만 이 권리를 맘껏 제대로 쓰기란 큰 용기를 요한다.



무언가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그것이 아무리 개인적인 의견일지라도 평가를 받게 된다. 젊으면 젊다는 이유로 늙으면 늙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위한 비난에 휩싸인다. 당연히 장애인이나 탈북자 성 소수자들의 의견은 울리지 않는 메아리로 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의 힘을 빌린다. 우회적으로 돌려치는 것이다.

서태지는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교실이데아)"를 외치며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을 꼬집었고 봉준호 감독은 의도적으로 미군부대의 독극물 방류 사건을 영화 '괴물'에 담았다.

도가니 사건은 단순한 성폭행이 아니다. 말을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의 상처가 치욕을 모르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이다. 공씨의 소설이 없었다면 '도가니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은 허구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 소설 '도가니'가 사건을 과도하게 표현했든 사실과 다른 요소를 썼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이 인정받아야 마땅한 이유는 소설보다 더 끔찍한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정의로운 분노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비참한 현실을 보고자 했다는 공씨는 "민주주의는 한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 소설이 모두를 분노케 했다면 그 다음에는 반성 또 그 다음엔 변화가 이뤄져야 하겠죠"라고 말했다. 만약 공씨가 경찰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대한민국의 '민(民)'자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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