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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 모순의 세상에 태어난 아이

김완신/논설실장

지구촌에 70억명째 아기가 출생했다. 유엔은 10월 31일 전세계 인구가 70억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29년 20억명 1960년 30억명 1999년 60억명 돌파에 이어 12년 만에 세계 인구에 10억명을 더했다.

유엔이 이번에는 '70억번째 아이'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각국은 앞다퉈 이를 홍보하고 있다. 인도는 우타르프라데시에서 태어난 아기를 70억명 째로 발표했고 필리핀은 마닐라에서 출생한 카마초를 70억째 지구인으로 지정했다. 또한 지진으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터키에서도 의미있는 아기의 출생을 자축했다.

아기의 탄생은 축하할 일이지만 우려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70억번째 아이는 모순의 세상에서 태어난다"며 "한편에서는 음식이 넘쳐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고통을 받는다"고 말했다.

1% 가진 자와 99% 못가진 자의 계층적 모순이 월가 시위를 가져왔다면 식량이 풍족함에도 '먹는 자'와 '못먹는 자'가 생기는 것은 생존 차원의 모순이다. 자의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세기 학자들은 기하급수로 팽창하는 인구에 비해 식량생산은 산술급수 성장에 그쳐 필연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문제 전문가였던 생물학자 파울 에를리히도 1968년 저서 '인구폭탄'에서 식량부족이 가져올 대기근을 예견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대기근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식량산출은 인구증가를 앞섰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산출량이 늘면서 식량은 지구인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정도가 됐다. 또 인구 성장률도 50년 전과 비교할 때 반으로 줄었다.

식량문제 전문가들은 지국상에서 산출되는 식량은 전세계 인구 모두에게 필요한 칼로리를 제공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110%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구촌에서는 어린이 3억명을 포함해 9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서는 하루에도 수천명이 아이들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프랜시스 무어 라페가 식량문제 전문가들과 공저한 '세계의 기아: 12가지 신화'에서는 기아의 발생이 인구과잉과 식량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보다는 식량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식량이 부유한 나라에 집중되고 가난한 나라가 보유한 식량도 국가차원에서 공정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아이는 풍요의 축복을 타고나고 다른 아이는 빈곤의 굴레에 던져진다. 빈곤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가진 것들을 나누지 못하는 욕심이 만든 재앙이다. 그리고 그 재앙의 가장 큰 희생자가 어린이들이다.

1999년 인구가 60억명을 기록했을 때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태어난 아드난 메비치를 60억째 아이로 지정하면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가졌다. 내전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보스니아에서 아드난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아드난은 여전히 빈곤을 못 벗어나고 가족들은 하루 10달러의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 희망의 상징이었지만 그에게 희망은 찾아오지 않았다. 아드난이 12살이 된 지금 '모순의 세상'에 아이들은 또다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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