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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박원순·안철수의 상식 파괴

이종호/논설위원

졸지(?)에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후보는 이번 선거전을 '상식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단숨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 역시 "시민들이 상식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한 상식이란 무엇일까. 사전은 누구나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나 판단력이라 정의한다. 거기엔 '응당 그러할 것'이라는 다수 대중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 말할 때의 상식이 이런 상식이다. 박원순.안철수가 말하는 상식 또한 이런 상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상식도 있다. '상식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발전이 없다'고 말할 때의 그 상식이다. 이 때의 상식은 현실 안주 내지 전통 고수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기득권 내지 '수구'의 냄새도 살짝 풍긴다. 이런 상식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역사를 바꾼 위인들의 공통점도 하나같이 이런 상식에 맞서 싸웠던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18세기 정조 때 이벽(1754~1785)이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조선 땅 최초의 천주교 신자였다. 어떤 선교사도 들어오기 전 순전히 혼자서 교리를 깨우쳐 신자가 되었다. 그 때는 선비라면 당연히 유학을 공부해 벼슬길로 나아가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벽은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학문이 출중했음에도 과거 보기를 포기했다. 대신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았고 그래서 택한 것이 천주교였다.

조선 최초로 영세를 받은 이승훈도 사신으로 북경에 파견되기 전 이벽을 통해 먼저 복음을 전해 들었다. 이벽은 31세로 요절했다. 하지만 그의 상식 파괴는 당시로서는 작은 개울물에 불과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인의 정신사를 바꾼 거대한 폭포가 되었다.



요즘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SBS 역사극 '뿌리깊은 나무'가 꽤 인기다. 이 역시 세종대왕이 조선 최고의 임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상식을 깨트린 정책과 행보의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한자가 상식이던 시대에 한글 창제만큼 목숨 건 반란이 또 있었을까.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그러하리라고 생각했을 때 잡스는 달리 생각했다. 상식을 배반한 애플사의 제품들은 현대인의 새로운 상식이 되고 있다.

다시 박원순.안철수로 돌아가자. 젊은 세대의 60~70%가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 왜일까. 그들의 말과 이력에서 상식 파괴를 보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 갔다가 감옥 갔다가 검사 버리고 변호사 버리고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었다. 안철수 교수.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경영자로 그리고 교수로 세상 기대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대신 둘다 의미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 왔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궤적들이었다.

답은 이것이다. 시대의 상식을 뛰어 넘어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던 위인들처럼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박원순.안철수의 상식 파괴 속에서 세상이 좀 더 발전하고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념과 정치적 성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폭풍인기가 불편하고 불쾌하며 부당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분들에게 역사의 모든 진보는 상식을 배반한 비상식적 사람들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할까. 아니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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