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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쓰리기통으로 가는 반찬들

오수연/경제부 기자

많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지금도 한국의 시골 장터에 가면 흥정이 오간다. "좀 깎아 주세요" "조금만 더 주지…" 라며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쪼끌쪼글한 손으로 산에서 캔 나물이며 집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의 인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깎아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한 뭉텅이 더 얹어주는 마음을 우리는 너무 당연스레 받아왔다. 때론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 몇 푼의 돈을 주머니에 넣어가는 아주머니에게 인심을 바라는 것이 정말 정겨운 광경일까라고 의문이 들면서도 말이다.

요즘 그런 인심이 사라져 가고 있다지만 한국적 인심은 이미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인심을 당연한 권리인양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 인심이다.

한식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여겨지던 푸짐한 인심이 이제 한식 세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식에 따라 나오는 반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타인종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작한 한식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봄 한식 강의를 위해 LA를 방문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은 "한식당의 무료 리필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한식에서 무료 리필을 안한다고.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 사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식당의 음식 쓰레기 문제를 취재해 보니 잔반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어떤 한식당은 하루에 나오는 음식 쓰레기만 평균 200갤런에 달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0~70%의 반찬이 고스란히 남는다고 한다. 또 반찬도 평균적으로 4인 기준 5~6개의 반찬을 리필한다고 했다.

문제는 새로 갖다주는 반찬들이 대부분 남는다는데 있다. 업주들은 "반찬을 더 주는 것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남는 것이 아깝다"고 했다. 또 그들은 "한식이 타인종들에게 싸구려 음식으로 비쳐지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순댓국을 먹다 김치가 조금만 모자라도 김치를 잔뜩 리필해서 반도 넘게 남기고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반찬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반찬을 더 요청했다가 막상 메인 메뉴가 나왔을 때는 리필했던 반찬들을 고스란히 남기고 나올 때도 있다. 메인 요리가 남으면 싸들고라도 나오지만 반찬이 남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반찬이 그렇게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물론 식당들은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곳이다. 하지만 누구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같다는 생각이다. 바로 먹는 사람이 맛있게 잘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식 세계화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우리 한식을 좀 귀하게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찬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장기간의 경기불황으로 어렵게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에게 되돌려 주는 '인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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