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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고독과 빈곤에 발목잡힌 세대

[LA중앙일보] 발행 2011/11/1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1/11/09 17:29

이종호/논설위원

기대수명 크게 늘었지만 노인자살 함께 늘어 충격 '행복한 노년' 미리 준비해야
70년대를 풍미했떤 영화배우 김추련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빵간에 산다' '겨울여자' 등 5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나에게도 꽤 낯익었던 배우다. 1946년생 독신이다. 남겨진 마지막 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외로움과 어려움이 저를 못 견디게 했다."

연예인의 자살이 새삼스럽진 않다. 그럼에도 65세 이제 막 초로에 접어든 배우의 죽음은 안타깝고 비통하다. 또한 그의 자살은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앞으로 많은 노인들이 부딪치게 될 보편적인 문제들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

의료 보건의 발달과 함께 우리의 기대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만 해도 1960년대 52.4세에서 2011년에는 80세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늘어만 가는 노인자살은 100세 시대의 환상을 무색하게 만든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그 중에서도 65세~74세 자살률은 10만명당 81.8명으로 일본 17.9명 미국 14.1명의 4~5배 이상이다. 75세가 넘으면 160.4명으로 OECD 평균의 8배가 넘는다.

고독과 빈곤 질병에 따른 신체적 고통이 대개의 이유들이다. 좀 더 파고들면 자식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서라는 구체적인 이유도 드러난다. 지난 봄이었던가. 어느 노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가 그랬다. 가난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무능한 자식을 감싸려 했던 노부부들 그들의 안간힘 앞에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잃었고 죄스러워 했다.

노인문제는 이제 어느 사회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국가가 그들을 책임지기에는 부양해야할 노년층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고민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셜시큐리티 기금은 고갈되고 메디케이드나 웰페어 또한 휘청거린다. 양로센터가 폐지되고 노인복지 예산도 줄어만 간다. 이러다간 100세 시대는 일부 노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의 노년세대는 자신을 챙기기에는 태생적으로 영악하거나 이기적이지 못했다. 위로는 부모 봉양 아래로는 자식 부양하느라 평생을 바쳤다. 그런 그들에게 떠안겨진 만년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가혹하다.

앞선 세대의 우울한 초상은 노년을 목전에 둔 50~60대에겐 타산지석이 되어야 한다. 40대 역시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에게 닥칠 발등의 불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할 일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힘든 노년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영악하게 조금은 이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건(健)처(妻)재(財)사(事)우(友)를 흔히 '노년오복'이라고 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건강 배우자 돈 일 친구 이 5가지는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는 말이다.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가 더 있다. 끊을 단(斷)이다.

때가 되면 붙잡고 연연하기보다 끊어야 이롭고 털어야 자유로워지는 것들이 있다. 지위 명예 물욕 따위가 그런 것이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사자도 독수리도 때가 되면 새끼를 놓아준다. 그게 자연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죽도록 붙잡고 있다.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을 상하게 하는 줄도 모른 채.

100세 시대가 오고 있다. 은퇴 후 30~40년 외롭지 않고 어렵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한다. 유비무환이라는 경구는 그때도 변하지 않을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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