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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 자신부터 점령하라"

최상태/편집국 차장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미국 대도시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1%만의 경제에 반기를 든 99%의 집결이었다.

탐욕스런 금융가와 무능한 정치계를 질타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이 녹아 있다. 수년간의 불경기로 고단한 서민의 심리적인 탈출구가 되면서 여론의 탄력도 받았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날린 소유주 비싼 학비를 들여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대학생 한창 일할 나이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해고당한 직장인 요동치는 주식시장에서 은퇴자금을 죄다 날린 노인의 목소리들이 함께 담긴 것이다.

이 시위는 텍사스 댈러스 등 남부를 거쳐 뉴욕의 반대편인 LA에까지 도착했다.

시위의 본질적인 문제를 캐 보면 '남 탓'이다. 사놓기만 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말에 솔깃해 '노다운'으로 집을 산 소유주. 결국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에 차압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다는 펀드에 자금 전부를 넣어놓고 나 몰라라 했던 은퇴자. 주식시장 '탓'에 이젠 노후자금도 없이 정년 이후를 맞게 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외부 노동시장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몇 년째 똑같은 강의를 듣고 졸업장만 있으면 된다던 대학 졸업생. 지금 자신의 일자리가 없는 것은 정부 정책 '탓'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남 탓은 쉽다. 거기에 분노라는 기름을 붓게 되면 활활 타오른다. 모든 게 투쟁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는 손가락이 외부로 향하게 될수록 그만큼 변화는 어려워진다.

지난달 말에 열린 동기부여 세미나 '겟 모티베이티드(Get Motivated)'는 이와는 다른 흐름이었다. '월가 점령' 시위가 열리던 LA시청에서 5분 거리에 떨어진 LA컨벤션에서 열린 행사다. 동기부여.리더십.자녀교육.재정관리 등을 주제로 세계적인 명사들이 연설을 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코미디언 빌 코스비 유명 쿼터백 조 몬태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로라 부시 전 영부인 등 명망가들이 총출동했다.

그들의 메시지는 '월가 시위'와는 180도 달랐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라는 얘기였다.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정부나 대기업 부모가 아니라 결국 자신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낮은 생산성도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이끄는 CEO의 리더십 문제이며 버릇없는 자녀의 나쁜 언동도 부모의 양육방법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사들은 입을 모았다.

취업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아무리 호경기라도 해고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가 생겼다고 외부로 분노를 돌리며 남 탓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자신을 들여다 보자.

나를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가장 혁명적인 사람이라 했다. 월스트리트가 아닌 자신의 내면(Inner Street)을 점령해야 답이 나온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오고 묘안이 쏟아진다. 불경기를 이기는 묘수는 하나다. '자신을 점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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