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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다시 찾아 온 개항시대

김석하/특집부장

#.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함선 4척을 몰고 일본 에도(현재 도쿄)만 항구에 도착했다. 통상사절단을 몰고서였다. 그들의 요구는 '빗장을 열라' 였다. 강압적이었다. 수십 문의 포가 연일 으름장을 쏟아냈다. 개항을 해야만 했다. 이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쳐 근대국가로 나아갔다. 외부 압력을 내부 혁신으로 성공시켰고 그것을 '일본 정신'으로 다진 시기다. 당시 미국은 목돈이 되는 고래를 잡을 수 있는 북태평양에 교두보로서 일본이 필요했다. 특히 인근에 있는 청나라는 미국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거대시장이었다. 이때부터 '땅 따먹기'가 아닌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세계사적 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 하도 '개방 개방'해서 개방이 좋은 의미로 굳혀졌다. 하지만 사실 '안방을 지키자'라는 구호는 동서고금을 통해 제 나라 국민에게 크게 어필한다. 무언가 국민 개개인의 권익을 챙겨줄 것 같고 외부 세력과 경계선을 둠으로써 내부가 결집하는 것 같다.

남(외부)은 나의 무언가를 뽑아 먹을 것 아니냐는 주장에 수긍이 되기도 한다. 일반 개인도 나를 다 오픈하기보다는 일정 부문을 숨겨놓는 게 처세에 좋다고 여긴다. 소통이라는 것도 역설적으로 양자가 모두 다 오픈하면 안 된다. 속내를 전부 까놓으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개항전 도쿠가와 막부가 이해되고 흥선대원군이 이해되고 요즘 민주당이 이해된다.

#.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TPP는 Trans-Pacific Partnership의 약자다. 번역하면 환태평양 동반자협정. 태평양을 끼고 있는 나라들이 뭉치자는 것이다. 무엇으로? '경제'다. 이니셜에는 없지만 'Economic'이 들어있다. 이 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하다. FTA는 양자간 협정이지만 TPP는 다자간 협정이다. 참여 국가는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 등 9개국이었다. 협정은 2015년까지 회원국 간 모든 관세를 없애자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블록'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이 '끼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당연히 환영이다. 일본은 개항 158년이 된 지금 또 다른 개항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 첫 번째는 쫓아오는 두 번째를 따돌리게 마련이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최고의 방법은 세 번째를 누가 품느냐다. 첫 번째 경제대국 미국은 두번 째 경제대국 중국을 '왕따' 시키려고 세 번째 일본과 교섭하고 있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미.일은 19세기 말 이미 경제영토 확장에 공조를 취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미 FTA 비준으로 국론이 나뉘어져 있다.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고 국회를 방문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답은 '오지 마세요'다. 최근 가벼운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오랜만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19세기 말 개항에 반대하고 세상의 변화에 눈감았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12일 TPP 협상 참여에 대해 "일본을 재생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안방을 지키기 위한 일본 국민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옛날 일본이 개항하고 우리나라를 점령한 기간이 불과 50년이 채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개항시대'에 와 있다. 나라의 문을 열고 닫는 기준은 '기브 앤드 테이크'의 밸런스다.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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