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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정치'를 하지 않는 정치인

김완신/논설실장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허먼 케인 후보가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연이어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고 외교정책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공화당 후보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코카콜라 임원을 거쳐 버거킹의 필라델피아 책임자를 맡았던 케인은 파산위기에 직면한 '갓파더스 피자'의 최고경영책임자에 취임해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2000년 공화당 경선에 나섰지만 중도에 포기했고 2004년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 14일 밀워키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관련 질문에 초점없는 횡설수설로 일관해 외교 분야의 무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케인이 정치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핸디캡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강점"이라고 말한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케인을 대안으로 떠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치 경력이 없는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딛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기존 정치권을 질타하는 반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케인이 대선 레이스를 계속하고 있지만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기반이나 경력없이 지명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장군 출신 후보가 군 현역시절의 후광으로 백악관에 진출한 사례는 있다.

율리시즈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1868년과 1872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실시된 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1960년 이후의 선거에서 상.하원의원 주지사 부통령 등의 정치 경력 없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예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非)정치인의 정치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월가 점령'시위도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결국은 기성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다. 한국에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시장의 인기가 높은 것도 구태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정치는 영역이 분명하지 않다. '정치는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하고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던 공자의 말처럼 모호하다.

또한 의사나 변호사와는 달리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의사나 변호사가 실수하면 피해는 소수에 국한되지만 정치인들이 잘못하면 인간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백성이 불편을 겪게 된다.

비정치인의 정계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다. 케인이 공화당 대선후보에 지명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안철수 교수도 정치인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현실의 어려움에도 국민들이 비정치인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정치인들의 '통치 기술'보다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서는 정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나 할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에서 부는 정치권 불신의 큰 바람을 정치인들이 외면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정치꾼'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정치판에서 그 누군가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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