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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정권 말기의 한식세계화

이종호/논설위원

서울 롯데호텔 한식 조리팀이 미국에 왔다. 17일 LA총영사 관저에서 열리는 외국인 VIP 초청만찬 등을 위해서다. 대한민국 조리명장으로 유명한 이병우 총주방장은 동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식도 고급화 코스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주말엔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비빔밥 유랑단'이 떴다. 한식세계화에 뜻을 세운 한국의 젊은이들이 비빔밥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도 직접 만든 비빔밥 100그릇을 무료로 나눠주며 뉴요커들의 눈과 발을 붙잡았다.

이처럼 한식세계화는 너도나도 외치는 구호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공이 컸다. 한식재단이란 것도 설립됐고 미국에도 지역별로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 같은 단체들이 조직되어 뛰었다. 총영사관.한국문화원.관광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 등도 한식 관련 행사나 이벤트를 수시로 개최했다.

성과가 없진 않았다. 무엇보다 한인들에게 한식세계화의 당위성을 두루 알렸다. 경제적.문화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그럼에도 한식세계화는 여전히 구호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지 사정과 동떨어진 탁상정책이 많았고 사업도 대개 전시성 이벤트에 머무렀던 탓이다.



추진 방향도 제각각이었다. 한편에선 누구나 가격부담 없이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화.퓨전화가 길이라는 것이다. 비빔밥이나 순두부 전문점의 확산 김치버거.불고기타코.갈비트럭 등의 인기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한식을 좀 더 고급화하고 서양요리처럼 코스화해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병우씨 같은 경우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고급 한식당을 가면 서양이나 중국 음식처럼 코스로 나오는 한식이 흔히 있다. 외국인들에겐 좋아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인들 중에는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용은 한식이지만 형식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는 '밥상 위에 펼쳐진 우리 문화'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한식은 밥과 국 반찬을 동시에 차려놓고 기호대로 골라 먹는 '공간전개형'이다. 이는 한 접시씩 주는 대로 받아먹는 서양식의 '시간전개형'과 구분되는 한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고 보니 자기 몫만 순서대로 받아먹어야 하는 '코스한식'은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인 '나눔의 미학'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한식의 결정적인 특징은 '밥'을 먹기 위해 차려진다는 점이다. 국과 찌개 그 밖의 반찬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밥 없이 혼자서는 불완전한 것이 한식이다. 이는 아무리 외국인들이 김치를 좋아하고 불고기 갈비를 즐긴다 해도 그것을 한식의 세계화라 일컬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식세계화는 왜 하자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 음식을 세계 사람들도 함께 먹게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상품화함으로써 비즈니스적인 효과까지 높여 보자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러자면 한식에 대한 해외 한식당들의 이해부터 따라야 한다. 한식 관련 논의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라야 정부 지원도 반짝이는 사업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권 말기다. 요란했던 한식세계화의 동력도 급격히 줄어들지 모른다. 한식세계화가 이명박 정부 만의 반짝 관심에 머물지 않고 정권을 초월한 국가적 과제로 남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결국 한식당 업주들의 한식사랑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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