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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철드는 아이 철들이는 부모

수잔정 소아정신과전문의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아이가 철이 들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마시고 계속 사랑하세요." 어린 환자 부모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당부하는 말이다. 물론 '철이 든다'는 말 대신에 '두뇌 특히 전두엽이 성숙해진다'는 과학적인 말로 대치하기도 하지만.

철 든다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사랑과 함께 엄격한 규범을 통해 길들여지고 동물적인 감정들을 억제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두뇌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의 기본 기능인 지식 습득 판단 계획수립 및 실천 감정의 이지적 표현 등이 모두 25~30세에야 비로소 완성되어 참다운 어른이 된다는 말이다.

견고한 두개골(그야말로 '골통') 안에 숨겨져 있고 세 겹이나 되는 든든한 막에 싸여있는 두뇌의 성숙과정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알아서 '철드는 과정'이라 표현했을까? 오랜 인생의 경험에서 온 세심한 관찰과 현명한 추리의 결실이리라.

하긴 미국에도 두뇌의 성숙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있다. 렌터카 회사에서는 25세가 넘은 고객에게만 합리적인 비용을 청구한다. 이보다 나이 어린 고객은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내야하는 차별대우(?)를 받는다. 아직 미숙한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의 교통사고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두뇌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과거에 정해졌던 대부분의 미국 사회규범은 18세를 완전한 성인으로 취급해 주었다. 군대에 입대할 수 있고 결혼도 가능하며 집도 살 수 있다. 다만 음주연령은 21세로 미룬 것을 보면 아마 3년쯤 더 성숙된 뒤의 두뇌라야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술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소아정신과 의사인 것이 여간 기쁜 게 아니다. 비록 어렸을 때에 말썽꾼이던 아이도 어른들이 주위에서 자신감을 길러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 주면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는 것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인 환자가 희망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어른도 슬프고 불안하고 화가 날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어린 아이처럼 감정에 휩싸이고 이성의 힘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런 환자들의 감정 조절을 도와 본연의 기능으로 되돌아 가거나 오히려 더욱 향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느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감정의 기복이 너무 크고 학업 성적이 신통치 않던 아들이 대학교에 가서 정신을 차렸는지 우수하게 졸업을 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다는 자신도 믿지 못할 소식을 전했다. 이 분은 아마도 '계속 사랑해 주시고 믿어 주세요'라고 권했던 나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한인 부모들은 자녀를 미국에서 키우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어른을 존중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내는 것에 익숙해 있고 너무 일찍 남녀 교제의 기회가 많으며 사방에 넘쳐나는 마약이나 성의 자극에 노출되고 폭력이 가득한 게임이나 TV에 물들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더 많이 하고 자유를 억제하고 아이를 믿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덮어 놓고 의심하는 부모라면 아이들도 부모를 믿지 못한다. 위험에 휩싸인 세상이라고 해도 '아니오' 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가 유혹을 물리친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부모가 행복하고 희망을 보이는 아이는 자신을 존중할 줄 안다. 그러니 훌륭한 부모는 자신을 그리고 자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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