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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김완신/논설실장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풍성한 들판과 맑은 하늘은 축복으로 가득합니다. 수확의 기쁨을 준 자연과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중략) 나는 미국의 각지에 사는 국민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 외국에 다니는 여행객들 모두가 11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을 추수에 감사하고 기도하는 날로 지키기를 원합니다.(중략) 그리고 우리의 잘못과 오만을 겸허하게 참회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 가져온 미망인 고아 그리고 고통받고 애통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추수감사절' 제정에 서명하면서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다. 남북전쟁 기간이었던 1863년 링컨 대통령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했다. 추수감사절은 미 대륙에 처음 정착했던 청교도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공식적인 지정은 링컨 대통령 재임 중에 이뤄졌다.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한 때는 전쟁으로 국가산업은 피폐해지고 수많은 목숨이 전장에서 사라졌던 암울한 시대였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링컨은 감사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고 그의 발표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150년이 지나 다시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이다. 전쟁의 포화는 사라졌지만 인내해야 할 불황의 무게는 여전히 버겁다. 여론 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추수감사절에 당신은 몇년 전보다 더 감사를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3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해의 41%에 비해 9%포인트가 낮아진 수치다.



올해는 감사할 일들이 적어졌다는 응답도 작년의 13%에서 18%로 많아졌다. 또한 미국의 현 경제상황에 감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지난해 23%에서 올해는 14%에 그쳤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감사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불만만 늘어가고 주위에 감사할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는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원천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또 다시 아침을 맞았음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다. 감사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절망의 벼랑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

TV프로 '인사이드 에디션'의 진행자인 데보라 노빌은 저서 '감사의 힘'에서 감사가 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감사'라는 짧은 단어에는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행복을 가져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또 감사의 첫 단계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두 번째로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감사할 것을 권한다.

종교적으로도 감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상의 종교들은 감사를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덕목'으로 여긴다. 기독교는 크리스천의 기본 자세로 감사를 강조하고 불교에서는 마음수련의 첫 걸음을 감사로 시작한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천국으로 부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가 저물어 간다. 그 힘든 시간 속에서 주변을 원망하고 시절을 탓하며 살았다. 가진 것에 감사하기 보다는 가질 수 없는 것에 연연하며 지내온 날들이다. 감사할 대상이 있을 때 감사하는 것은 감사가 아니다. 진정한 감사는 역경에서 더욱 빛난다.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던 한 해의 반성을 고백하며 다시 추수감사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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