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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엷어진 햇살 떨어진 기온 유난히 예쁘게 채색된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길을 지나면서 멀어져 가는 가을을 느낀다. 지난 밤 내린 비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추위를 더하는 것 같다.

엊그제 참석했던 회의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네 명의 어린 아이를 둔 히스패닉 계통의 42세의 남자가 극빈을 해결할 길이 없어 온 몸에 석탄가루를 뿌리고 분신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 휘발유를 살 3달러가 없었다고 한다.

죽기 하루 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불러내어 대형 장난감 가게에서 하루 종일을 함께 보냈단다. 그에게는 장난감 사 줄 돈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이것저것 보고 만지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오늘 아침 '99%에게 기회는 없나'라는 칼럼을 보면서 그 속의 이야기와 너무나 대조되어 혼돈이 온다. '베벌리힐스의 진짜 주부들'이라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서 임신한 딸에게 6만7000달러짜리 목걸이를 사위에게는 2만2000달러짜리 시계를 건네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으스스 추워진다. 바닥 모를 경제적 궁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불황의 파문은 경제적 군살이 없어 기댈 곳 없는 저소득층부터 타격해 왔다. 그리고 이젠 중산층도 버틸 힘이 없어져 집을 포기하기 일쑤다. 악성 대출로 곤경에 빠졌던 은행들은 정부가 구제해 주었다. 하지만 정부가 탕감해 준 그 돈은 바로 세금을 낸 사람들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정작 은행들은 잊었는지 자신들을 배부르게 해 준 사람들을 몰라라 한다. 정치인들도 자기 밥그릇 지키느라 꼭꼭 숨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샌 퍼낸도 지역 종교회의의 일원으로 사회정의 부서를 맡아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서 비영리 단체를 이끌며 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원(One) LA'다.

나는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처음으로 불평등이라는 사회구조가 시민을 위한 공공기관에서부터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공원을 조성할 때도 가난한 동네와 부자 동네에 차이를 둔다는 것이다.

공장이 가까이 있거나 기차나 버스 노선이 동네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가난한 동네에 공원은 큰 도움이 된다. 가난한 동네의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일을 하느라 나가 있어서 집에 없기 때문에 방과 후 공원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도 그리고 축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의 배당은 부자 동네로 더 많이 간다는 것이다.

이 단체 안에는 뜻 있는 변호사 회계사 교사들이 다수 참여해 가난한 이들의 권익을 위해 정부와 싸우면서 부조리를 해결해 오고 있다. 이 비영리 단체가 요즘 연구해 내 놓은 '모기지 인하 프로그램'은 이미 경제 슬럼프가 고질화된 뒤라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잘만 이행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무부가 허락한 7억달러 돈을 선반에서 내려 빨리 풀어놓았으면 좋겠다.

분신 자살한 히스패닉 젊은 가장의 이야기가 밤잠을 깨운다. 그에게는 은행 모기지를 값아야 하는 화려한 염려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먹을 것을 구해 오지 못했던 아빠. 그래도 그렇지 남은 아이들과 아내는 어찌하라고 그렇게 가버렸을까. 너무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목걸이와 살 수 없었던 플라스틱 장난감들 거기에 걸린 일들은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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