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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마트폰으로 본 2011

백정환 / 사회부 기자

어느 새 연말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스마트폰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살아온 궤적들이 메모 연락처 이메일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연락처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매출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1월부터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쉬운 마음에 전화번호를 남겨 두었다.

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이를 악물고 견뎌냈지만 쓰나미처럼 불어온 매출하락 압박에 결국 굴하고 말았다. 특히 이들 중에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꿈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왔기 때문에 돌아가도 몸 누일 곳조차 찾기 어렵지만 그나마 오랫동안 살아와 익숙한 고향이라는 희망 하나로 귀향길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동료와 지인들도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올해 들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사무실과 현장에서 사건과 인터뷰로 서로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던 기자들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꿈을 찾아 돌아갔다. 반면 오랜 유학과 직장생활에 심신이 지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동료도 있다.



또한 친하게 지내던 주재원들도 많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돌아가기 며칠 전 법정스님의 유고시집을 주며 만난 지 3년만에 처음으로 일 얘기를 떠나 개인사를 이야기한 정 부장과의 마지막 만남은 마치 어제 일처럼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올해 따라 이들의 빈자리가 더욱 커진 느낌이다.

연락처를 둘러보고 무심결에 누른 캘린더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이 가득하다. 하루 일정이 빼곡이 들어찬 날들은 어찌 숨을 쉬었는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기삿거리를 찾으러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애쓴 흔적들도 드러난다.

주말에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여러 스케줄을 잡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캘린더의 하루하루 일정들이 하나의 개인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메모장을 살펴보고는 이내 마음이 우울해진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몇 개의 단어들로 정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한 흔적은 있지만 결과가 없는 것들도 많다.

매 순간 바쁜 것이야 의지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건만 메모에 적어놓을 만큼 중요했다면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아직 한 달이 온전히 남았다는 희망에 기대어 다시 메모장을 살펴보려 한다.

기억의 한 편으로 흘러가는 2011년 마지막 달의 첫 날을 의미있게 시작한 것 같다.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복잡한 머리 속은 비워 놓아야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아이디어들도 쌓일 것이니 차곡차곡 모아 온 2011년의 하루들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정리하려고 한다.

끝과 처음은 한 길로 이어진다는 인생 선배들의 말처럼 12월을 2011년을 잘 마무리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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