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셸터' 떠난 사람들의 두 마음

진성철/사회부 기자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한인 운영 비영리단체와 봉사단체들도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인사회로부터의 기부와 도움의 손길은 매우 적은 형편이다.

최근 비영리단체와 봉사단체들을 취재하면서 이들 단체에서 지원받은 한인들 중 상당수가 체면과 무관심 때문에 받았던 혜택을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기상황이 최악인 2009년 10월부터 딱 3개월만 노숙자를 돕겠다고 나선 한 한인은 벌써 2년 넘게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마련한 쉼터에는 최대 40명이 머물렀다. 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렌트비를 마련해야 했던 그는 주위 인맥을 총동원해 처음으로 도와달라는 소리도 했다.



또 남은 식품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차를 갖고 찾아다니기도 했고 이들의 일자리를 주선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지금도 쉼터에는 10여명의 노숙자가 있다. 그러나 렌트비 보조 요청이 어려워지면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30여명 정도가 취업에 성공해 쉼터를 떠나갔는데 왜 이들이 단체를 돕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체면 때문에 자신이 노숙자였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 쉼터를 나가면 바로 연락을 끊는다"며 "수십 명의 노숙자들이 쉼터를 거쳐갔지만 단 2명 만이 렌트비에 보태라며 돈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영리 저소득층 지원단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 한인 수천 명에게 첫 주택을 장만하거나 융자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운 한 센터 역시 같은 상황이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는 기부금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재정이 부족하다"며 "도움 받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 단체에서 도움받았다는 것을 감춘다"고 아쉬워했다.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은 대가를 기대하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받았다면 그 단체 운영에 작은 보탬을 주는 것이 서로의 정을 나누는 길이 라고 한다. 1명이 20달러를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명이 1달러를 기부하는 것이 단체에 더욱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어려움을 접하면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도움받았던 한 한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 본 사이인데도 자신의 휴가를 쓰면서까지 차량국에 같이 가줬다. 또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샌타모니카까지 가서 점심을 사주고 해변도 구경시켜 줬다. 고마움에 면허증이 나오면 바로 점심을 사겠다고 말하자 그는 자기 말고 미국에 처음 와서 고생하는 한인에게 똑같이 해주라며 자신도 또 다른 한인에게 받은 도움을 그대로 전달한 것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같은 처지에 있는 한인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체면을 위해 그 단체를 외면하지 말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야 겠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