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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체벌 대행'도 체벌이다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지난 10일 LA타임스 인터넷판에는 15세 한인 소년을 훈육을 이유로 쇠파이프로 때린 한인 폴 김(39)씨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체벌했다 체포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한데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보았던 한인들의 자녀 체벌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보도된 사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차이점이 금새 드러난다.

어바인에 사는 한인 부부는 15세 아들의 소지품에서 라이터를 발견했다. 부모는 아들이 담배를 핀다고 의심했다. 라하브라의 한 교회에 다니는 부모는 아들을 같은 교회 신자인 김씨의 치노힐스 집에 데려가 훈육을 부탁했다. 소년이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한 김씨는 아버지에게서 체벌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직경 1인치의 쇠파이프로 소년의 허벅지를 12대 때렸다.

소년의 허벅지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한 학교 측은 어바인 경찰에 신고했고 어바인 경찰은 사건을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에 넘겼다. 중범인 아동학대 혐의로 집에서 체포된 김씨는 조사를 받고 이틀 뒤인 지난 8일 1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아버지가 체벌 현장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검찰 측은 사건을 조사해 아버지를 기소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체벌한 사건이 아니다. 부모가 체벌을 다른 사람에 맡긴 것이다. 한인 사회에서 체벌 대행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 기사에 따르면 김씨는 교회에서 10대 훈육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와 유사한 일이 또 있었을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자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어바인에 사는 부모가 치노힐스의 김씨 집까지 아들을 데려간 것을 보면 이런 추정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이런 배경 때문에 LA 타임스 기사에 실린 댓글에는 때 아닌 종교 논쟁까지 벌여졌다.

체벌 금지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인 추세지만 체벌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잘 통제한다면 제한적인 체벌이 전면 금지보다 낫다는 생각은 엄존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빈도와 상관없이 일부 주에서 체벌은 여전히 합법이다. 연방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6~2007 학기에 체벌을 받은 학생수는 22만 명을 넘는다. 통계에 집계된 수치만 이렇다. 행위가 없는 곳에 법이 있을 리 없으니 엄격한 금지는 그만큼 빈도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체벌 대행은 체벌 욕구와 불법 사이에서 고민하던 부모의 괴로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자녀를 때리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안이다. 체벌이라는 익숙한 방법과 확실히 결별하려면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체벌의 대표적인 집단인 군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군대에서 구타가 쉽게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모병제 군대에서 비교적 쉽게 구타를 없앨 수 있는 이유는 외출.외박 금지나 감봉 강등 같은 대안이 구타만큼 (혹은 그 이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징병제 군대에서 구타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 떠나면 그만인 집단에서 구타 대체 효과를 낼 뽀족한 방법이 없는 탓이다.

군대 체벌과 달리 자녀 체벌은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부모의 몫이다. 스스로가 대안을 찾지 못 하면 마음에서 불쑥 불쑥 체벌 욕구가 일 것이고 그 때마다 그 마음과 싸우며 고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체벌 욕구에 무릎을 꿇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도 체벌 대행은 대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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