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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후회해야 의미있게 산다

[LA중앙일보] 발행 2011/12/1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1/12/12 17:46

김석하/특집부장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 선택은 또다른 형태의 도전 열심히 살아야 후회도 생겨
#. 나는 (돈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연말 철학' 명제다. 세일이 한창인 쇼핑몰에서 카드를 긁는 순간마다 내 분신들이 하나 둘씩 새로 탄생한다. 물건 자체보다는 이런 확장된 존재감으로 인해 소비자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 만화로 그려보면 사람들 머리 위에는 '가격과 행복의 방정식'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 있다.

쇼핑몰에서 물건 가격표를 연방 확인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모두가 싼 가격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중에는 '후회여부 체크족'도 적지 않다. 이전 세일(추수감사절) 때 구입한 물건값이 지금 세일(성탄절)때는 얼마인가를 확인하는 부류다.

더 싸져 있으면 한동안 기분을 잡친다. 반대로 가격이 그대로이면 기분 좋고 그래서 다른 것을 몇 개 더 산다. 연말에 펑펑 쓴 카드 대금은 1월 중순 돌아온다. 한 해 첫 달은 보통 이런 후회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일상에서 가장 갈등을 겪는 순간이다. 요즘처럼 쌀쌀할 때는 얼큰한 국물의 짬뽕이 생각나지만 막상 서너 젓가락 먹다보면 옆 자리의 달콤한 짜장면이 아쉽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아쉬움을 채우고자 메뉴를 뒤바꿔도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짬짜면'이 나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불과 몇 년만에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이유는 후회가 안 남기 때문이다. 짜장면(짬뽕)을 시키면 '짬뽕(짜장면)을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있어야 다시 중국집을 찾게 되는데 두 개를 동시에 다 먹게 되다 보니 무덤덤해지는 것이다. 결국 중국집을 찾는 빈도가 적어진다. 양손에 떡을 쥐면 '앉아있게' 마련이다. 후회는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이 있다.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결국 인생은 선택의 연속선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선택은 또 다른 C(challenge.도전)이기도 하다. 선택과 도전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동반한다. 다시 말해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기도 하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 '후회없는 삶을 살겠다'는 말은 자주 들어서 그러려니 하지만 이게 있을 수 있는 말인가. 의미는 이해하지만 사실 그 말은 삶 자체가 없었다(없다)는 뜻이다. 목표도 그렇다. 목표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를 정하는 것(선택)이고 따라서 목표는 이미 후회를 전제로 해야 존재할 수 있다. '그 목표를 정하고 후회없이 살겠다'라는 말은 틀린 것이다.

#. 한 해를 되돌아보면 후회가 많다. 제대로 살았다는 거다. 딱 하나 남에게 베풀지 못한 후회만 제외하고. 후회가 있어야 삶의 모든 행위에 의미가 있다. 후회해야지 '내가 뭘 빼먹고 살았나'를 알 수 있다. 이맘때쯤에는 '올해의 후회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후회는 뒷걸음이 아닌 변화의 서막이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 후회로부터 멀어진다. 선택할 것도 목표로 정할 것도 도전할 것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서 일하는 한 의사(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센터장)는 "참 이상하죠?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으면서 후회하시는 분이 별로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에너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후회를 쏟아낼 수 있다. 후회는 선택 목표 도전의 같은 말이자 삶의 영양분이다.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후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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