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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미국이 어렵게 된 7가지 이유

[LA중앙일보] 발행 2011/12/1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1/12/14 19:22

이종호/논설위원

특유의 정신 사라지고 탐욕의 이기심만 판쳐 '제국의 오만' 벗어던져야
2001년 1월 1일. 미국에 첫 발을 내디딘 날이다. 그때부터 11년을 미국에 살았지만 나는 여전히 미국이 낯설다. 그만큼 고국 한국이 그리웠고 익숙했던 것들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왕 이 땅에 살기로 한 것 좋은 쪽만 보자며 마음을 추슬렀다.

지난 주 썼던 칼럼 '그래도 미국이 좋은 10가지 이유'는 그런 마음을 대변한 것이었다. 물론 미국의 속절없는 추락에 당혹해 하는 1세대 이민자들을 다독이고 싶은 바람도 담았다.

그 취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 하지만 미국의 실상을 외면하고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떤 분은 한국을 너무 깔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나 역시 아직도 미국이 싫은 점이 있다. 다만 도처에 널린 것이 미국을 비판한 글이요 미국의 치부를 들춰낸 것이기에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다양한 독자 반응을 접하면서 되뇌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도 때론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요즘 미국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이유 몇 가지를 추려본다.

첫째 미국적 가치의 상실이다. 청교도 정신에 근거한 정직.신뢰.관용.정의 등은 미국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정경유착.승자독식.비리부패 도덕성 실종 등 추악한 자본주의 정신만 남았다.

둘째 변화에 둔감했다. 어떤 개혁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세제개혁 의료개혁 이민개혁 등 골병 든 미국을 치유할 방안들도 기득권층의 높은 벽에 부딪쳐 진척이 없다.

셋째 보신주의의 만연이다. 정치인들은 선심성 공약만 남발한다. 엘리트 관료들은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해 있다. 무책임한 정책과 방만한 행정으로 정부 재정은 바닥이 났다. 그 영향은 공교육 부실 복지의 질 저하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넷째 심화된 양극화다. 중산층의 몰락이다.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50%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를 나눠 갖는 나라가 미국이다.

다섯째 대외 의존도의 심화다. 생산 공장은 국외로 이전하고 자영업과 서비스업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실업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섯째 아메리칸 드림의 실종이다.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는 전설로만 남았다. 타고난 부자가 아니면 죽어라 일해도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설 자리도 점점 더 줄어 들고 있다.

일곱째 무모한 패권주의다. 이성과 상식에 반한 전쟁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존경과 신뢰 상실은 물론 수많은 나라들을 등 돌리게 만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외교의 실패다.

이런 것들을 나열하고 있자니 우리가 알던 미국은 더 이상 없어진 것같다. 아무리 좋은 쪽만 보려 애를 써도 신음하고 있는 미국을 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비통하다. 이러다간 미국의 붕괴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끔찍한 일이다.

길은 없을까. 아직도 '제국의 오만'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알아서 정신 차리기를 기다리는 것 만이 다일까. 기도하는 일 스스로 선량한 미국 시민이 되려 애쓰는 일 외에 딱히 보탤 미력조차 없는 이민자들에겐 너무 버거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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