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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집회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오늘은 수요일이다. 그리고 1992년 1월부터 20여 년 간 매주 수요일이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 모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집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매주 그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이 이들의 천 번째 모임의 날이다. 본래,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되어 진행된 이모임의 천 번째를 기념하기 위하여, 워싱턴 DC에서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오늘 정오, 제 1000차 일본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연대 시위 수요 집회가 열리는 것이다.
 
2차 대전 중 일본에 의해 ‘종군 위안부’로 끌려 갔던 여성은 대략 20만 명으로 추산이 된다고 한다. 국적도 다양하여,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데, 한, 중, 일 출신의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그 중 한국여성이 52퍼센트, 중국여성 36 퍼센트, 일본 여성 12 퍼센트 정도 된다는 자료도 있다. 과반수가 한국에서 끌려간 소녀들 이었다는 것이다.
 
종군 위안부를 영어로는 ‘Comfort Women’이라고 쓰기도 하고, 좀더 정확하게는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일본군 성 노예)’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나로서는 ‘성 노예’라는 표현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Comfort Women’이 위안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같다.
 


자료를 찾아보면 태평양 전쟁 말기에 12세 이상의 소녀들과 여성들을 ‘정신대’ 명목으로 데려다가 공장에서 일을 시키거나 위안부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1935년생인 나의 어머니도 소학교(초등학교) 꼬마였을 때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일본 순사가 처녀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돌아서 집안의 여자들을 감추거나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의 한국계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Nora Okja Keller)가 1997년에 발표한 소설 ‘Comfort Woman(위안부)’은 우리들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 세대에서 겪었던 ‘조선인 위안부’들의 처절했던 삶을 스케치 하고 있다. 취직을 하는 줄 알고 따라 나섰던 소녀는 일본군의 위안부가 되어 먼 나라로 떠돌며 짐승같은 대우를 받는다.
 
소설에 그려진 일화 중에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병들어 죽어가는 조선인 위안부를 일본인 병사들이 막대기로 입을 통과시켜 하체까지 꿰어서 마치 사냥한 짐승을 잡아 옮기듯 내다버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생지옥’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전쟁 이후의 삶 역시 편안하지 않았다. 그들은 존중 받지 못했고, 보상 받지 못했고, 위로 받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의 오점을 바로 잡기 위한 작은 몸짓이, 바로 그 20년간 지속되어온 수요일의 집회이다. 이들이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저지른 반인간적 범죄를 시인하고,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일본 역사 교과서에 이 일을 사실대로 정리하여 재발을 방지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정으로 ‘참회’하라는 것이다.
 
현재 당시의 참상을 증언해 줄 생존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도 않다. 지난 20년간 많은 분들이 ‘위안부’라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은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일본 정부는 이들의 시위와 요구에 대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희생자들이 모두 사라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집회, 20년간 매주 진행된 질기디 질긴 집회, ‘일본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는 사실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집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그 1000회를 맞이하여, 워싱턴 DC에서도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날씨가 추운들 어떤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노구를 이끌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 서지 않았는가? 오늘, 나도 피켓 하나를 들고 그 자리에 서리라. 우리들이 힘을 모아, 이제 그만 이 슬픈 집회가 끝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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