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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A미술관의 한국 사랑

부소현/JTBC LA특파원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한국과의 인연은 1965년 시작됐다. 당시 이곳을 방문한 고 육영수 여사는 미술관에 한국 미술품이 전시되길 원했다. 다음해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문화를 알리자는 목적으로 도자기 23점을 기증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지금의 한국관(Hammer 빌딩 2층)을 만들었다.

한국관은 그동안 몇번 이사를 했다. 1999년 한국교류재단 지원으로 처음 한국관이 생겼는데 장소가 좋지 않았다. 반지하에 규모도 작았다. 이후 2006년 현대미술관 공사로 임시 폐쇄됐다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2009년 9월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지고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 미술관 중심인 해머빌딩이 지금의 한국관이 있는 곳이다.

지난 11일 LACMA 한국관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250년전 그려진 한국 탱화가 복원돼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명 '영산회상도'로도 불리는 '석가여래설법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 연화대좌에 앉아 대중에서 설법하는 광경을 그린 불화이다. 가로 4 세로 3가 넘는 초대형 불화로 그려진 시기가 빠르고 수준이 높아 18세기 불화 가운데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미술관은 1998년 심하게 훼손돼 6조각으로 찢겨 있던 이 그림을 구입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봤다. 전문가들이 동원된 가운데 2009년 복원작업이 시작됐다. 스테펀 리틀 한국.중국관 부장은 복원작업은 마치 대수술을 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수술은 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 맡았고 '집도'는 동국대 미술사학과 정우택 교수가 했다. 정 교수는 1년 넘게 미술관에 상주하며 학술 자문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완성된 그림은 웅장했다. 전문가가 아니니 작품성과 가치를 평할 수는 없지만 극도의 정성이 느껴졌다. 후세들의 이런 노력에 탐복해 250년 묵은 예술품은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유감없이 그 빛을 발했다.

LACMA는 한국미술에 유독 욕심이 많다.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복원된 석가여래도에 가격을 붙인다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물었다. 프라이스리스(Priceless)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림 구입과 복원에 든 비용을 묻는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고 했다. 값비싼 비용을 치러 값을 매길 수 없는 미술품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우리 문화재가 외국 소유가 되는 걸 못마땅해 하는 시각도 있다. 수려한 우리 그림과 도자기 불상들이 외국 박물관 유리장 속에 갇혀있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기도 있다. 그러나 우리 문화재가 'Korea' 라는 문패를 달고 있으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중국 일본 미술품들과 뒤섞여 대체 어느 나라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깨알같은 설명서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한국관이 있는 LACMA에는 볼거리가 많다. 여러 시대 다양한 지역의 미술품들을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연말이다. 갈곳없어 쓸쓸하고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LACMA에 가보길 권한다. 입장료 15달러면 풍족한 문화여행이 가능한 곳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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