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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악한 신'이 통치하는 나라

김완신/논설실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맞춰 온라인 언론매체인 글로벌포스트는 '김정일에 관한 10가지 황당한 선전'을 보도했다. 기사 중에는 인민복에 키높이 구두를 신는 김 위원장의 복장이 '세계적인 패션'이 됐다는 노동신문의 논평과 함께 당나귀 고기를 즐기며 식사 때에 사용한 은젓가락은 프랑스 와인으로 씻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북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산 자이언트 토끼를 기르려는 계획을 세우고 12마리를 수입했는데 결국 김정일 생일 잔치에 사용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글로벌포스트가 선정한 10가지 선전(propaganda)에는 황당한 내용도 많지만 대부분은 김 위원장을 '신격화'하는 것들이다. 김정일이 태어날 때 쌍무지개가 뜨면서 샛별이 빛을 발했고 출생 3주째 걸었으며 8주때에는 말을 시작했다는 믿지 못할 주장도 있다. 김일성 대학에 3년 간 재학하면서 1500권의 저서를 쓰고 세계 수준의 오페라도 여섯 작품 발표했다고 한다. 심지어 처음 골프 라운딩에서 38언더를 치고 11개 홀인원을 했다는 기록을 보도하며 이는 17명의 경호원이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화들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인간이 아닌 신이고 북한은 신이 통치하는 나라다. 그런 '신의 나라'에서 미국을 방문한 북한 소녀를 오래 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옛 소련에서 열린 동구권 국제미술대회 입상경력이 있는 5세의 천재 화가였다.

한인타운 작품전시를 위해 LA에 온 소녀에게 '북한과 비교해 미국이 좋은 점은 없느냐'고 묻자 단호하게 '없다'고 대답했다. 평양에는 디즈니랜드보다 더 좋은 어버이 수령이 세운 소년궁전이 있고 북에서는 대중차를 이용해 공기가 맑지만 미국은 개인차를 많이 타고 다녀 공기가 나쁘다고도 했다.



당돌한 대답에 놀랐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20분 정도 나눈 대화에서 어린 소녀의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소녀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성인이 돼 만들어 갈 북한 사회는 남한과는 참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고 신격화된 독재자가 만든 획일적 사회의 단면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으로 군림하는 독재자는 사회를 망상에 사로잡히게 한다. 현실처럼 생생한 그릇된 믿음을 주입하는 것이다. 히틀러를 비롯한 독재자들은 대중연설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이를 통해 군중들을 집단 최면에 빠지게 했다.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청년시절 그들의 국민들로부터 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민이 지도자를 신으로 추앙하는 망상에 걸리면 합리적인 사고는 차단되고 객관적인 시야도 가려진다.

힌두교 성전 '바가바드기타'에는 '망상은 무지가 만든 산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북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다. 3대 세습왕조가 이어져도 세뇌된 국민들은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독재에 덧붙여진 '신성(神性)'을 거부하지 못한다.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이 "김정일은 역사상 최악의 인권탄압 독재자이고 북한에서는 괴물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부랑자"라고 비난해도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일 뿐이다.

살아서 신으로 군림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죽음이라는 생명의 한계는 넘지 못했다. 죽음으로써 비로소 인간으로 돌아왔다. '악한 신'이 통치하는 나라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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