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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여의사들의 수다(?)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오랜만에 여자 동료 후배 의사들과 점심을 했다. 가까운 샌드위치 집으로 가기로 하고 중견 후배 또 최근 쌍둥이를 낳고 산후조리차 쉬고 있는 X-세대 젊은 의사가 합세해 함께 나섰다.

점심을 먹을 때는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과 모처럼 길을 걸어보는 여유가 있어 좋다. 파란 겨울 하늘과 몇 개 되지 않지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누렇게 물든 플라타너스 잎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보았다. 여유있는 삶은 재력이나 시간의 많고 적음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에도 생각이 미쳤다. 아무리 돈과 시간이 많은들 여유로운 마음 없이는 넉넉한 삶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의사들이 두 달에 한 번씩 시간을 맞춰 점심을 함께 해 온지는 꽤 오래된다. 우리는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하지만 사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남자 의사들이 독차지 하다시피 했던 의료계였고 암 방사선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요즘 내가 있는 병원엔 수련의사를 제외하고 21명의 전문의가 있다. 이 중 5명이 여자다. 나까지 셋은 LA 본부에 있고 두 명은 지부에 근무한다.

나이로 따지면 베이비 부머에서부터 X-세대까지 커버한다. 두 명은 외국 태생이다. 한 명은 유대인 또 한 명은 중국계 필리핀인 그리고 두 명은 중국인 2세다. 두 명은 남편이 의사이고 하나는 변호사 하나는 작가 그리고 한 남편은 홈 대디이다.

무척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에게 지루한 대화는 없다. 옛날 이야기부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까지. 엄마에게 벌 서던 이야기 부모의 이혼 첫 남자친구와 헤어지던 이야기 등등.

대선배 격인 내가 여러 질문을 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딸이 타인종과 사귈 때 어떻게 했느냐고 묻기도 한다. 세대차이가 있어도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일종의 '정신치료 (psychotherapy)'를 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우리를 보고 남자 동료의사들은 자기들도 끼워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의사의 삶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에 가능한 한 빨리 반응하는 것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친다. 하지만 살다보면 직업만큼이나 중요한 가정에 대한 또 다른 의무를 접하는 때도 있다. 가정의 중요성과 그에 딸린 의무는 여의사나 남자의사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인터뷰를 허락받은 의대 지망생들은 10대 1 또는 2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뽑힌 의대생들의 약 50%는 여자일 것이다.

이렇게 의과대학 수강실의 반이 여자로 채워지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나이팅게일의 친구 엘리사벳 블렉웰이 미국 최초 여의사로서 의사면허를 받은 것은 1849년의 일이었다.

세상이 변해 요즘 전문인들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여인들보다 편히 사는 것 같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머니 시대의 여인들과 생각하는 투도 생활방식도 다르다. 합리적이라고나 할까.

남편들도 비슷한 변화를 봐 오며 우리 아버지들과는 다른 양상의 삶을 꾸려가고 있을 것이다. 나의 점심 친구들은 남편들의 특이하고 괴상한 버릇에 대해 이야기하며 깔깔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에게 관대하다. 다음 점심 외출은 어디가 좋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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