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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춘, 열정에 미치다

구혜영 / 특집부 기자

'20일 오후 12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한 남성이 5024만2100원이 든 종이상자를 놓고 사라졌다. 그는 2000년 이후 12년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까지 모두 2억4700만원에 달한다.'

21일자 신문을 통틀어 가장 짧고 강렬한 기사다. 카메라는 동전을 하나하나 세고 있는 주민센터 직원들의 손가락을 클로즈업했다. 5만원권 지폐 100장씩 10묶음 흐트러진 100원짜리 동전 더미가 책상 한 가득이다. 2000년 첫해 50만원으로 시작한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동전을 모았다. 딱 떨어지지 않는 기부금액. 이 석 줄 짜리 사진설명에는 열정이 보인다.

지난 3개월간 '라이프&열정인생'이란 테마로 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왔다. 열정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맞게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공예품.민화.춤.바둑.한국어 등 각자 추구하는 목표나 꿈 생활방식은 달랐지만 모두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쳤다'라는 사실이다.

동사 '미치다'는 '묻다' '매치다' '밑을 치다'와 같은 뿌리라는 설이 있다. 하나같이 역동적인 단어다. 묻고 또 묻고 땅바닥에 널브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라이프&열정인생의 주인공들은 미친 듯이 밑(바닥)을 쳤고 고뇌했으며 즐거워 했다.



열정(Passion)은 '지나가게 하다(Pass)'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통이 와도 참고 버티는 것이 열정이다. 열정인생은 뜨뜻미지근하지 않다. 고로 미치는 것과 열정은 일맥상통한다. 뒤돌아 후회하는 건 금물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4세 일레나(26)는 인터뷰 중 "난 한국에 미쳤어요"를 외치며 "미쳤으니까 어려운 한국어에 목을 매죠"라고 했다. 그저 민화에 미친 여자라며 회장이란 수식어를 한사코 거부했던 성기순(66)씨는 "좋아하면 미쳐야한다"고 했고 춤에 빠진 일흔 언저리 춤꾼 이대영씨는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라고 했다.

말소리가 조근조근했던 바둑 인생 박명하(75)씨는 미치지 않고선 인생을 살 수 없다고 했다.

바야흐로 열정에 목마른 사회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청춘 위로'였다. 23만 부 이상 팔린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의 '청춘콘서트'를 필두로 청춘 페스티벌 청춘멘토 등이 탄생했다. 견딜 수 없는 살인적 불경기에 일을 해도 빚이 쌓여가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최루탄이 오가는 국회 김정일 사망 이후 예상되는 각종 시나리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것을 잘 알아 사람들은 열정을 청춘과 섞어 쓴다. 모든 것을 내던지며 미칠 수 있는 권리는 청춘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어리다는 것 하나 믿고 섣불리 나서는 풋내기는 청춘이 아니다.

청춘과 열정 미친다는 것은 같은 의미다. 인생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청춘도 열정도 미칠 수도 없다. 인생은 한번 뿐이다. 원하는 것 바라는 것에 가까이 미치려면 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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