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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길 잃은 사막에서 살아 나오기

이종호/논설위원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 죽는 이유는 아무리 걸어봤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예로 알프스에서 어떤 사람이 눈보라에 길을 잃고 헤매다 10여 일 만에 구출된 일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구출되던 날까지 매일 12시간씩을 걸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길을 잃은 장소로부터 반경 6km이내에서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눈을 가린 채 넓은 공터를 걸어 보면 20m를 지나면 4m가량 치우치게 되고 100m쯤 가면 결국 큰 원을 그리며 도는 형태가 된다. 이를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하는데 바퀴모양으로 빙빙 돌며 헤맨다는 뜻이다.

우리들 사는 모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결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만 연말이 되어 돌아보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곤 한다. 왜 그럴까.

사막에서 윤형방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나침반에 의지하거나 밤에 북극성을 찾아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생각대로 과감히 성큼성큼 걸어가되 30걸음 쯤 가다가 잠시 멈춘 다음 다시 30걸음을 걷고 또 멈추고를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이 역시 우리 삶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기만 할 때 그 때는 처음 소신대로 좀 더 과감하게 전진하거나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가다듬어 보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화제를 모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책이 있다. 하버드대 박사 출신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교수가 한국에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에세이집인데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1328~1398)은 가난으로 한 때 절에서 자랐다. 그가 천하를 놓고 장사성과 마지막 대결을 벌일 때의 일이다. 적을 포위하기 위해 몰래 적의 후방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좁은 계곡 한 가운데 알을 품고 있는 산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새끼 품은 짐승을 해치면 업보를 받는다는 동자승 시절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주원장은 결국 작전을 포기하고 오리가 부화해 어미와 함께 비킬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그 사이 작전은 새 나갔고 이내 수세에 몰렸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적의 장수들이 부하를 거느리고 투항해 오는 것이었다. 천하를 다투는 전쟁터에서 한낱 오리의 생명을 위해 작전을 포기할 정도의 인간적인 장수라면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천하를 얻은 주원장의 리더십이다."

요즘 눈으로 보면 믿기 어려운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며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일화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해를 맞고도 하릴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다는 생각만 들 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내가 만일 그렇다면 지금 '윤형방황'의 수레바퀴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일에 치이고 생활에 쫓겨 삶의 목적도 방향도 잃어버린 채 또 한 해를 맞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아무리 멋지고 값비싼 차라도 핸들과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로 갈 수 있어야 하고 멈춰 서야 할 때 제대로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인생의 핸들과 브레이크는 어떤가.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새해 첫주를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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