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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폭력에는 폭력으로'

[LA중앙일보] 발행 2012/01/09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1/08 16:24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높아지는 10대 폭력 수위
고강도 대응도 관용 많아
살인 해도 정당방위 판결


# 사건 1. 1년전 플로리다주 칼리아카운티에 사는 호르헤 사베드라(당시 14세)는 같은 반인 딜런 누노를 버스 정류장에서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지난 4일 법원은 사베드라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판결했다.

사베드라는 법정에서 사건 당일 버스에 오르기 전 누노가 "오늘이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싸우자는 뜻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누노는 사베드라를 따라갔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둘을 둘러쌌다. 사베드라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누노는 사베드라의 뒤통수를 친 뒤 계속해서 때렸다. 사베드라는 누노를 칼로 찔렀다. 증인들은 법정에서 누노가 1년 이상 사베드라를 괴롭혔고 그 날도 누노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고 말했다.

#사건 2. 같은 날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커밍스 중학교 복도에서 이 학교 학생 자이메 곤잘레스(15)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경찰은 이 학교 교감이 "한 학생이 권총을 꺼냈다"는 911 신고를 받았다. 통화 기록에 따르면 "총 내려 놔" "쟤가 죽인다는 말을 했어"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충돌한 경찰은 권총을 내려놓으라는 지시를 듣지 않은 곤잘레스에게 총격을 가했다. 곤잘레스는 권총이 아니라 공기총을 들고 있었다.

집단 괴롭힘이나 교내 총기휴대 사고는 어지간히 단련이 될 만한 뉴스기도 하련만 해가 바뀌자 마자 이어진 두 사건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사건 자체보다 대응방법에 방점이 찍혀있어서 더욱 그렇다.

'사건 1'에서 누노는 12차례나 칼에 찔렸다. 그래도 정당방위였다. 로런 브로디 판사는 "(사베드라는) 물리력에 물리력으로 맞설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건 2'의 경우 경찰은 사건이 복도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질을 잡고 있다거나 교실 같은 폐쇄된 공간에 있을 경우 설득 작업을 했겠지만 열린 공간인 복도에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두 사건은 10대의 폭력에 대한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10대라고 해서 봐주는 관용의 폭이 줄고 있는 것이다. '사건 1'이 특히 그렇다. 물론 10대 폭력을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은 예전에 사라졌지만 폭력의 대등성은 있었다. 대응하는 방법도 비슷한 강도일 때 인정을 받았다. 한데 '사건 1'은 주먹에 무기로 대응했고 12차례나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에 정당방위 판결을 내렸다.

'사건 1'의 경우 사베드라의 변호사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폭력으로 위협을 해왔고 반복해서 괴롭혔다는 증언이 일치한다"고 무죄를 주장했고 브로디 판사는 "사베드라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심각한 신체적 상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사베드라의 손을 들어줬다. 여러 명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했을 때 구타 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협소하게 적용되던 정당방위의 폭을 넓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높아진 폭력의 데시빌을 보여준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 교내 폭력은 사회를 예민하게 만든 것 같다. 사베드라의 정당방위 판결에 검찰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경찰이 중학교에서도 즉각적으로 총기를 사용한 것도 폭력에 예민해진 정서를 말해준다.

10대 폭력은 데시빌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이제 이에 대항하는 폭력의 데시빌을 높아지게 만드는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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