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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안철수의 '미국 구상'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왜 농구감독은 양복을 입고 배구감독은 트레이닝복을 입는가.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경의.존경의 뜻을 가진 단어로 주로 영화계에서 선배 영화인을 칭송하기 위해 주요 트레이드마크 장면을 흉내내는 행동을 뜻한다.

농구와 배구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유독 배구는 60~70년대 일본이 전세계를 석권하면서 일본인 감독의 스타일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존경하면 스타일을 따라한다는 말이다.

8일 미국에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를 존경한다. 스타일이 말해준다. 안철수는 거의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넥타이를 맨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매우 정치적인 행사인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선거 캠프에서 공식 지지선언을 할 때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빌 게이츠 또한 넥타이를 매는 일이 드물다. 그저 셔츠에 양복을 걸친다. 둘의 셔츠 색도 흰색 아니면 하늘색. 태어나고 본거지를 둔 시애틀의 서늘한 날씨로 인해 종종 V넥 스웨터를 덧입는 정도다. 물론 둘만의 공통점은 아니다. IT업계 사람은 대부분이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창의력의 대외 스타일이다.

내일(11일) 빌 게이츠를 만나는 안철수의 스타일에 관심이 간다. 넥타이를 매느냐 아니냐. 안 매는 쪽(IT업계 사람간의 만남) 확률이 높지만 만약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라면 상징성이 있다.

안철수의 '정치적 출발 신호'로 풀이된다. 정치 참여 여부를 놓고 무수한 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만일 이미 정치 도전에 대한 마음을 거의 굳힌 상황이라면 빌 게이츠와의 만남을 그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여론조사 결과 당장 선거가 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맡아 놓은 '정치인 안철수'가 세계적 기업 총수와 회동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넥타이로 상징되는 정장코드는 정치인에게 기본이고 안철수는 부지불식간에 이를 따를 수 있다.

자선재단 설립 논의도 주목된다. 내일 만남의 표면적 이유는 재단에 대한 빌 게이츠의 조언이다. 게이츠는 'MS왕국'을 이루고 경영에서 손을 뗀 채 자선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안철수도 궤를 같이한다. 그가 자주 인용하는 '가진 자의 사회적 부채'를 되돌리고 의사에서 벤처사업가.학자로 이어지는 경력에서 보듯 새로운 일에 대한 창조적 도전이 자선(교육)재단으로 귀결될 수 있다.

빌 게이츠와 만나고 귀국해 이달 말이나 2월 초 재단의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다면 안철수는 정치권에서 스스로 떨어지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존경하는 선배' 빌 게이츠는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늦어도 7월까지는 대선 출마를 밝혀야 하는 대선 주자로서의 안철수는 향후 재단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면 모를까 재단 출범과 대선 출마를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다면 설사 집권 후에도 구설에 오를 수 있다.

재단은 어쨌든 돈이 돌아가는 곳이고 아무리 청렴한 재단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도 대통령에게 과잉충성하는 인간은 깔려있다.

그가 출국 전 한 말 중 의미심장한 게 있다. "국민의 기대 사항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한' 안철수는 빌 게이츠를 만나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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