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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벼랑 끝에선 아이들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에서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한 여학생은 동급생들의 지속적인 폭행에 못견뎌 스스로 목을 매기도 했다. 논산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반장이 쇠파이프로 10개월 간 동료학생들을 상습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가해 학생 중에는 학교의 벌칙이 느슨하고 미성년자라 구속이 안 된다는 점을 악용해 금전갈취와 폭력을 일삼기도 했다.

교내폭력은 한국사회에 만연된 폭력성을 모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명령과 복종 경쟁과 서열을 중시하면서 이성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사회의 반영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내폭력이 만연되고 있지만 교사들은 문제를 외면하고 학교 당국은 불미스런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하다. 경찰이 뒤늦게 진상을 밝히고 가해학생을 처벌해도 피해학생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미국은 학교폭력에 매우 엄격하다. 지난 6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중학교 스쿨버스 안에서 탑승학생들이 집단으로 한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기사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폭행에 가담한 학생은 전원 체포됐다. 관할 카운티 교육구 관계자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중죄이고 학교폭력도 예외는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플로리다주 콜리어 카운티 순회법원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가해 학생을 살해한 피해 학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은 치명적인 위협에 자신을 방어하는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이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 학교폭력에 비교적 관대하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폭력도 여전히 '교화'가 가능한 사안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교사들의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36%로 가장 높았고 '가정과 학교의 인성교육 확대'가 29%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답은 19%에 불과했다. 학교폭력 예방에 처벌보다는 인성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학교내 안전과 범죄예방을 위해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목표는 '안전하고 평온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LA지역에는 1948년 LA학교경찰(LASPD)이 창설돼 운영되고 있다. LASPD는 LA카운티에서 5번째 규모의 사법집행기관이며 전국 최대규모의 학교경찰이다. 이 기관은 현재 1250개 학교의 치안과 74만명의 학생과 교사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교내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는 형사상.민사상의 관리책임이 있어 즉각적인 조치를 하고 폭행 등의 통제불능의 상황이 발생하면 학교경찰에 신고해 처리하게 한다. 한국도 교내폭력이 조직화.흉포화 되면서 학교경찰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문제를 경찰력으로 통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학생들의 폭력을 사법적 물리력을 통해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생활지도를 통해 교화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인성교육을 통해 교내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이상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폭력은 도덕 교과서를 펼치고 훈계하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최선책이 어려우면 '강경한 처벌'의 차선책이라도 써야 한다. 한가하게 교육의 이상만을 좇다가 또 다른 아이들을 아파트 베란다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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