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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우리는 100% 단일 민족인가

이종호/논설위원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언어의 불편 문화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소수자로서 알게 모르게 부딪쳐야 하는 편견도 있다. 그래서 때론 인종차별을 이야기 하고 보이지 않는 벽도 성토한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론 그런 차별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미국이다.

LA에 살기 전 우리 아이는 뉴욕 외곽 한인들이 별로 없는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아직 어린 탓도 있었겠지만 백인 친구들은 영어가 서툴고 외모도 다른 아이를 구별 않고 대해 줬다. 선생님들도 많은 배려를 해주어 아이는 학교 생활이 늘 행복하다고 이야기 했었다.

감사했다. 그래도 미국이니까 이민자들을 이렇게 품어준다 싶어서였다. 이질적인 문화를 배척 않고 관용으로 포용해 왔기에 오늘의 미국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한국도 요즘 늘어나는 외국인이 중요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취업이나 결혼이주 등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이 2011년 초에 120만명이나 됐다. 농촌총각의 40%가 외국 여성과 결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 결과 외국인 엄마나 아빠를 둔 '다문화 가정' 자녀도 급속히 늘고 있다. 그 수가 이미 작년에 1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한국 사회는 그다지 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학교 공부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거나 학교에 적응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그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안엔 강자에겐 비굴하고 약자에겐 포악한 심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같다. 주류 백인 앞에선 꼼짝 못하면서 특정 타민족에겐 멸시 천대를 일삼아 눈총받는 일부 한인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도 흑인이나 동남아인 조선족 새터민(탈북자)들에 대한 냉대는 도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늘 들려온다. 심지어 똑같은 영어 강사라도 파란 눈의 백인이어야만 대접을 받는다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지금 시한폭탄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별과 멸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가슴에 품었을 분노의 응어리가 그것이다. 그 불덩이가 사회를 향해 집단 분출이라도 된다면 그 때는 어찌할 것인가.

물론 미국도 인종문제에선 여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이민자 문제 역시 계속해서 민감한 사회 현안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차별해소를 위한 제도적 노력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는 사회적 합의만큼은 이뤄놓고 있다. 미국이 왜 달리 선진국이겠는가.

한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 위상에 상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관용과 배려의 문화에 좀 더 눈을 떠야 한다. 외모가 다르다고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해서 배척하고 무시하는 작금의 풍토는 돈 좀 벌었다고 거들먹거리는 천민자본주의 졸부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이것은 아니다. 우리가 과연 언제부터 100% 순수 단일민족이었던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았던가.

다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은 미래의 한국 사회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우리 안의 순혈주의 편견부터 바루어야 한다.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제대로 연습해야 한다.

세상은 점점 민족보다 세계 시민이 더 가치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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