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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인간과 짐승의 차이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지난 1973년에 발생한 유대인 변호사와 미술가 부인 그리고 어린 딸에게 일어난 비참한 사건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남편의 매질로 죽어가는 딸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마지막 용기를 내어 911에 전화를 걸면서 이들의 잔혹한 가정생활은 폭로되기 시작했다. 구급차가 왔을 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두었고 오랫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아내도 몸과 마음이 극도로 파괴된 상태였다.

변호사인 남편이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있는 동안 뉴욕 시민들은 그녀의 재활과정을 눈여겨 지켜봤다. 3~4년의 치료기간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다시 화필을 잡기 시작했는데 학대 받은 기간이 길었던 만큼 치료과정도 오래 걸렸다.

처음에 남편은 그녀를 주위 친구나 친척으로부터 서서히 고립시켰다고 한다. 남편이 아내가 친구와 전화를 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싫어해 그녀는 자연히 외톨이가 되어갔다. 남편은 그녀가 친정식구와 가까운 것도 질투했다. 점점 그녀의 미술에 대한 자신감도 식어갔다. 음식 잘 못 만들고 집안 살림도 형편 없고 등등의 욕설과 함께 손찌검이 시작됐고 그녀는 차츰 자신을 '못난 아내' 아니면 '바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건 당일도 그녀만 죽을 정도로 맞았다면 그냥 참고 살았을거라 했다. 그러나 어린 딸이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쉬기가 곤란해 할딱거리는 모습에 그녀도 모르게 응급 구조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가정폭력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교육 정도 재산의 많고 적음 인종이나 문화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성스러운 직종의 사람도 예외가 없다. 감정이 격해지고 이성적인 분노 조절방법을 배우지 못한 어른은 성난 개와 다름 없다.

개도 훈련소에서 감정 조절법을 배우면 아무나 물어뜯지 않는다. 이성적인 감정조절을 행하려면 전두엽의 기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술이나 마약으로 전두엽이 마비되면 동물처럼 감정뇌의 지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모든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스트레스에 부딪치면 '싸움 또는 도망(fight or flight)'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스트레스가 위험하고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인간은 아마 도태돼 버렸을 것이다. '자연의 위험'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 썼고 여럿이 함께 뭉쳐 살며 힘을 키웠다.

남보다 더 좋은 집과 더 예쁜 배우자를 갖기 위해 스트레스 투성이의 공부도 하고 시험에도 응시한다. 경제가 각박해지고 밀린 집세로 독촉을 받으면 누구나 어디로 도망치고 싶고 싸우고 싶어진다. 동물적인 인간의 감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좋은 도전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이처럼 좋은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배운 가르침 종교 원만한 인간관계 등으로 인격이 성숙해지면 스트레스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폭행을 시작한 데이트 상대자나 배우자는 참는다고 바꾸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소극적 대처를 하면 폭력은 상습적이 되고 더 강렬해진다. 정신과 치료나 가정 상담 종교적 도움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폭력을 쓰는 '짐승'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짐승들을 도태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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