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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정리 정돈

교과서와 참고서, 공책들이 책상 위에 질서없이 쌓여있고, 벽에는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콘서트 포스터가 3개나 붙어있다. 학교에서 받은 각종 유인물들이 대충 한쪽에 모아져 있고, 필기구도 이 곳 저 곳에 있다. 한번 쯤 더 보고 공부하면 좋았을, 채점된 시험지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빈 잔과 음료수 캔도 보인다. 혼란스럽다. 그러나 눈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입이 벌어진다. 벗어놓은 바지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듯이 바닥에 놓여 있다. 셔츠의 단추들을 풀지 않고, 함께 입었던 스웨터와 같이 한꺼번에 셔츠를 벗어놓은 것은 예술에 가깝다. 왜 양말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으며, 침대 아래 바닥에 베개가 떨어져 있을까? 언제 본 것인지 모를 잡지들도 그 옆에 있었다.

아들의 고교 시절, 아들의 방은 늘 그랬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아니면 정리 정돈하는 것을 시간 낭비로 여겼는지, 아들은 그렇게 방을 어질러놓고 다녔다. 종종 주말에 함께 버릴 것을 버리고 청소를 할 때면, 아들은 정리 정돈을 하는 것이 좋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안한다고 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고집했다.

"이렇게 정리가 안되어 있으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기나 하겠니?"



"제가 놓아 둔 것을 엄마 아빠가 옮기지만 않으시면, 저는 잘 찾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아들은 종종 자기가 필요한 것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잊고서 한참을 법석을 떨고는 했다. 그럴 때면 나의 입에서는 늘 같은 말이 나왔다. 사용한 물건은 항상 같은 자리에 놓고, 중요한 것은 함부로 방치하지 마라. 모든 물건은 종류별로 잘 모아두고, 불필요한 것은 버려라. 언제 누가 보아도 부끄럽지 않게 방을 보여줄 만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라.

나의 말이 그 당시 아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이 울렸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아들이 방을 정돈하기보다는 계속 어질러 놓은 상태로 지냈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주변을 정리하라고 항상 이야기한 나의 의도는 아들이 방을 정리하여 깨끗하게 생활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아들이 생활 전반에서 질서있는 의식을 가지고 매사를 처리하기 원했다.

불필요한 일을 가려내어 안하고, 반복적으로 하는 일은 일정한 방식으로 꾸준한 결과를 내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하면서도, 매번 부산을 떨면서 새로운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쓰고 안정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유사한 것을 묶어서 함께 생각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때마다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소중한 것은 마음 깊이 간직하고, 함부로 내어놓지 않는 아들이 되기를 원했다.

누구나 눈에 보이는 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일을 오래 하면, 내면의 자기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 속이 정리되면, 하는 일도 체계적으로 하게 된다. 닥치는대로 눈 앞에 보이는 일을 하는 것과, 필요한 일을 생각하여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것에는 큰 결과의 차이가 있다.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를 하기보다는 편의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뒤늦게 적절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자기 주변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은 부지런함도 요구한다. 늘 주변을 둘러보면서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실제로 해야 한다. 다음에 하겠다면서 미루어 놓는 일을 반복하면, 우리 주변은 항상 어수선할 수 있다.

아들에게 해주었던 말들이 그래도 아들의 마음에 울렸음은, 후에 아들이 대학을 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방학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이 말했다.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 중 한 명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놀라울 뿐이에요."
그래도 애비 말을 들었구나. 그래도 무엇이 깨끗한 것인지는 아는구나.

김정수 에듀워싱턴 디렉터
info@eduwashing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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