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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레지던트 후보들과의 만남

모니카 류/방사선과 암전문의

맑고 싱싱한 얼굴들이다. 거의 모두가 진한 색의 정장을 하고 있다. 눈들이 맑고 빛난다. 이들은 2년 후 시작되는 암 방사선과 레지던트를 지원해 면접하러 온 의과대학생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1차 서류심사로 뽑은 후보들을 세 차례에 나누어 면접을 한다. 약 13대 1의 경쟁을 거친다. 의과대학 입학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이들이 여기까지 올 동안 치른 시험도 적지 않다. 방사선 암전문 분야를 알게 된 과정과 전공이유에 대해 본인의 의견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다양하고 재미있다. 대부분 그들은 '만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밤 늦게 병동에서 일하다가 만난 암 환자 때문에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어서 잊혀지지 않는 교수의 강의 때문에 물리학에 뛰어난 귀재라서 또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 내용이지만 수입이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고 싶다는 사연 등이다.

후보 중에는 이미 연구논문을 발표해 온 과학도가 있고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다.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성적은 평범해도 사회문제를 인식해 인류애 차원에서 많은 일을 한 지원자도 있다.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서 만남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한다.



흔한 만남의 예를 들어 보면 혼인하기 전의 남과 여를 생각할 수 있다. 이 '만남'은 평범해 보일지는 몰라도 어느 '만남'보다도 중요하다.

그와 다른 역사적인 만남을 생각해 본다. 파스칼과 파스칼 아버지 주치의들과의 만남 미국 최초의 여의사가 되기 전의 엘리자베스 블랙웰과 나이팅게일의 만남 존 스타인벡과 조셉 캠블 에드 리케츠의 만남 등이다. 이들의 만남은 세계를 눈 뜨게 하고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

17세기의 일이다. 골반뼈가 부러진 파스칼의 아버지는 당시 프랑스에서 명의로 알려졌던 두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 재활이 3개월이나 걸렸다. 그동안 이 의사들은 장거리 왕진을 왔다가 자주 파스칼네 집에 머물게 됐다. 이미 수학자 물리학자 발명가로 명성이 높았던 파스칼이 훗날 철학자며 신학자로 다시 태어나게 된 중요한 만남이었다.

파스칼은 삼각론 확률 파스칼의 정리 등을 이미 세상에 내어 놓았던 사람이다. 지금 우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타고 다니는 많은 좌석을 가진 버스의 개념도 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파스칼은 두 의사들과 가졌던 많은 대화에서 신을 다시 생각하게 됐으며 신비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철학자로서 신학자로서 종교론에 많은 기여를 했다.

캠블 스타인벡 리케츠가 처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냈을 때는 20대 청년이었다.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반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후에 캠블은 신화론과 비교종교학의 세계적인 대가가 됐고 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 '통조림 공장길' '에덴의 동쪽' 같은 명작을 썼다. 인간이란 그 자체가 커다란 위험이며 또한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는 그의 철학에 근거한 작품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해양 생물학자였던 에드 리케츠도 자신의 분야에서 많은 것을 기여했는데 그가 스타인벡과 캠블에게 준 영향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공은 컸다.

인터뷰를 온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에 좋은 만남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환자들과의 만남 또한 좋고 선한 것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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