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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월만 낚고있는 '야속한' 남자

부소현/JTBC LA 특파원

9일 아침 그를 만나기 위해 샌호세행 비행기를 탔다. 가는 내내 만나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고민했다. 워낙 말을 아끼는 그였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가 보였다. 달려가 준비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는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한시간 쯤 뒤 모습을 나타낸 그는 '혁신과 상생'에 대해 말했다. 그날 밤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하느라 새벽 3시가 넘도록 잠도 자지 못했다.

다음날 부지런히 짐을 싸서 그의 다음 목적지인 시애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좀 더 자세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그러나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그는 전날보다 더 말을 아꼈다. 측근은 그가 요즘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하의 날씨에 나를 한시간 이상 떨고 있게 한 그는 더 묻고 싶은 말들을 뒤로한 채 야속하게 떠나 버렸다.

그는 안철수다. 직업은 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그의 직함이다. 기자가 그를 쫓아간 이유는 그가 최근 가장 유력한 야권 대권 주자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마디만 하면 온갖 정치적 해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관련 주가까지 출렁인다. 그런 그가 미국에 온다니 취재를 안갈 수 없는 일. 게다가 그는 출국전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라며 정치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듯한 발언까지 해 정치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 온 그는 정치와 관련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공부에만 열중하고 싶어하는 모범생(안 원장)을 극성스러운 아이(기자)들이 못살게 구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안 원장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기자에게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만나서 들은 그의 말 속에는 정치를 염두에 둔 자신의 행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었다. 2주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안 원장은 기자들에게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필요에 대해서는 고민해 봤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말을 두고 그가 대선출마 가능성까지 부정했다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그가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 미국 방문중에 "대선에 출마하겠느냐"는 단도 직입적인 질문에 "세월은 흐를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선문답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정치에 뜻이 없다면 그냥 '안한다' 한 마디면 된다는 것을 안 원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굳이 세월을 운운했다면 무언가 여지는 남겨두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안 원장과 러브라인을 맺고 싶어 안달이다.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안 원장이 손만 내민다면 버선발로라도 뛰어갈 판이다.

안 원장이 정치판에 뛰어 들더라도 이번 총선은 건너뛸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물론 사실(Fact)은 아니다. 안 원장이 한 애매한 말들을 두고 나온 해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해석을 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안 원장 자신이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선문답이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총선을 건너뛰건 대선에 뛰어들건 안 원장이 말한 '세월'이 흐른 후에는 '야속한 그'에게 진심이 담긴 소신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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