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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걸어 다니는 '악플'

이종호/논설위원

요즘 신문 칼럼이나 기사에 대한 반응은 빠르고 구체적이다. 인터넷 댓글 덕분이다. 그러나 댓글의 대부분은 거칠고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다. 비난과 비판 부정과 불신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의견을 드러낸 칼럼이나 유명 인물 기사에 대한 반응은 더 그렇다.

지난 주 뉴스타부동산의 남문기 회장이 한국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LA한인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해외한민족대표자협의회 의장으로 있는 그가 한국 정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응은 격렬했다. 비난 일색의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750만 해외동포의 대표로 한국 국회에서 활동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발언에 반발이 컸다. 누가 그를 대표로 인정했느냐는 것이다.

이런 여론을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남 회장 본인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댓글이 도를 넘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남 회장의 이력과 경력 능력과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일반인들이 객관적으로 그를 평가해 볼 기회조차 막아 버린 것이다.



나성영락교회 림형천 담임목사의 한국행 얘기도 신년 초 한인사회를 달군 묵직한 이슈였다.

모범적인 사역으로 교회의 역할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온 림 목사였던 만큼 그의 사임을 아쉬워하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역시 악성 댓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아마 요즘 한국 기독교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지 않고 도매금으로 험담부터 쏟아낸 댓글들은 그 자체로 소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미국이니까 이 정도였을 것이다. 한국의 웹사이트를 보면 이런 문제제기 자체가 순진할 정도로 '댓글 폭력'은 도를 넘어서 있다. 유명인 인기 연예인들은 물론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부어 대고 그것을 다시 인터넷에 버젓이 퍼 나르는 세태이니 무슨 말을 더 하랴.

정말 '악플'의 세상이다.(악플은 악성 리플의 준말이고 리플은 댓글이란 우리말이 쓰이기 전에 쓰였던 영어단어 리플라이(reply)의 줄임말이다) 악플은 온라인의 악성 바이러스다. 글 내용과 상관없이 무차별 욕설이나 원색적인 비난으로 혐오감과 거부감만 불러일으킨다. 그 속엔 진실도 이성도 윤리도 논리도 없다. 오직 불신을 조장하고 분열과 싸움을 부추기는 모략과 선동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더 딱한 것은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악플들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정확한 사실을 과장하고 특정인을 매도하며 헐뜯는 사람들이 그 장본인이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비난과 투서를 일삼고 무책임한 뒷담화로 뒷다리를 잡는 일도 그들의 단골 메뉴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 자신이 없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좀 더 주목받고 싶고 남보다 잘나고 싶고 남 위에 군림하고 싶은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런 사람을 '자기애적 인격장애자'라고 부른다.

2012년 국내외에서 여러 선거들이 줄을 잇는다. 한인사회 역시 한인회장 선거 등 굵직한 일정들이 예정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언설들이 난무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을지 모르겠다. 제발 올해는 스스로의 미성숙과 열등함을 드러내는 인격장애자 '악플 인생'들은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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