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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취재현장에서 만난 '갈등 부부'

박상우/사회팀 기자

취재를 하다 보면 기쁨 슬픔 두려움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희로애락을 경험한다고 보면 된다. 이것은 어찌 보면 기자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다.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안타까움으로 대표되는 취재가 바로 사건사고 취재다. 최근 사건을 떠올려 보자. 새해 벽두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30대 가장이 부인을 폭행하고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떠오른다. 이런 사건은 취재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기자도 사람이다 보니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특히 이민사회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함께 살아가다 보니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객지에서 의사소통도 원활치 않고 가족이나 친구들도 많지 않다 보니 같은 상황이라도 더 외로움을 느끼고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 외로움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 곳도 마땅치 않다.

속으로 곪고 곪는다. 그러다 한번에 터진다. 부부 관계는 특히 더 그렇다. 객지 생활에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하지만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실망은 늘어만 가고 화는 풀리지 않는다. 여기에 불황 속 경제 문제까지 겹치니 그냥 모든 것을 놓게 된다. 자포자기 심정이 된다.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뻔한 대답이지만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대화란 '오늘 뭐했니' '뭐 먹었니' 등 일상적인 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 솔직한 감정이 실린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뭐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어떤 것이 서운했는지'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 등을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이때 상대방은 마음을 열고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말을 도중에 끊어서는 안 된다. 한쪽이 귀를 막아 버리면 아무 소용 없다. 쌍방향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상대방은 큰 맘 먹고 조심스레 얘기를 꺼낸 것이기 때문이다.

인식의 전환 즉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 한인들은 대부분 부부 간 문제는 부부사이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여긴다. 즉 누군가가 개입하는 것이 싫고 드러내기 거북하다는 것이다.

문제점을 터놓고 상담을 받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이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전문가들은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점이 해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사회에 상담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부부 간 문제가 있다면 일단 그 문제를 인정하자. 어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둘 안에서 해결이 안 된다면 손을 내밀자. 도움을 요청하자.

조그마한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아니면 소량의 연고만으로도 치유되지만 큰 상처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깔끔하게 도려내자. 흉터도 남지 않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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