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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갱이 되고 싶었던 소년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호세는 17세 된 고등학교 11학년생이다. 지난 2년간 그는 늘 마음이 우울했고 화가 많이 치밀었다고 했다. 7년 전에 부모가 이혼한 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외로움을 느꼈단다.

42세 아버지는 지금 32세의 계모와 재혼해 자신과 두 동생을 키우고 있는데 많은 순간 아버지 계모 그리고 동생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43세의 생모는 청소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언제라도 자신이 원하면 찾아 갈 수가 있었다. 호세는 한달 전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후 집에서 쉬며 회복기를 가졌는데 그때 계모와의 언쟁이 심했다.

"글쎄 저의 뺨을 때리잖아요!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제 여자 친구가 말려서 참았어요. 제 친구 중에는 이미 갱단에 가입해 남을 죽였거나 아니면 다른 갱들의 총에 맞아 죽은 아이가 두세 명 되거든요."

소년에게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자신의 분노를 쉽게 해결하고 본인도 자살을 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그를 억제시킨 힘은 여자친구였다. 소년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녀의 오빠나 엄마도 죽이고 싶었단다.



"정말 어느 곳에도 제가 속할 수가 없었어요." 그는 그동안 분노조절 부족으로 자신의 머리로 벽을 쳐서 구멍을 만든 사건이나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뜨렸던 일들이 점점 자신을 타인들에게서 멀어지게 한 원인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갱단에 가입할 계획이었단다. "적어도 그러면 내가 소속된 곳이 있으니까요."

그가 갱단에 들어가 남을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살해되는 것은 어쩌면 그가 2년간이나 참아왔던 자살의 욕망을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었으리라. 그러나 여자 친구의 간청으로 계모와 함께 찾아온 정신과에서 그는 자신이 두뇌의 화학물질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성 질환(Bipolar Disorder)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췌장의 화학물질인 인슐린의 불균형 때문에 당뇨병이 생긴 것처럼 양극성 질환은 두뇌의 뇌전파 물질 불균형으로 생깁니다. 그러니 누구의 잘못 때문도 아니고 치료가 가능한 질병입니다."

소년은 용기백배하여 정서안정제 약물 처방을 받고서 빠짐없이 자신의 상담을 해주는 릴리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후 만난 소년은 미소를 띤 편안한 모습이었다. "학교에 다시 돌아가 공부도 잘하고 있어요. 그 동안 갱이 된 제 친구가 한 명 또 죽었어요. 어느 여자 아이가 문을 두드려서 제 친구가 열어주었더니 뒤에서 기다리던 어른이 총을 쏘았대요."

현재 미국의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 중의 약 3분의 1이 이 소년과 같은 양극성 질환임을 나는 상기시켰다. 대개는 진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질환은 인구의 2%에서 볼 수 있는 만성 정신질환이지만 많이 알려진 정신분열증에 비해 훨씬 사회 적응이나 직업기능을 잘하고 치료에 잘 반응하는 질병임을 강조해주었다. 증세가 심할 때일수록 과대망상 때문에 자신은 약물이나 상담치료가 필요없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재발이 심해지니 마음대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우울 및 자살욕구 이유없는 분노 사이를 제멋대로 오르내리는 정서변화 까닭없이 심한 초조감 다른 사람에 대한 과민한 감정의 손상 등이 언제라도 오는 병이므로 만일 이런 증세가 생기면 반드시 치료사나 나에게 연락을 할 것을 약속하며 소년은 사무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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