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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기만 먹고 가는 타인종 손님들

신승우/OC총국 취재팀 차장

"받지마! 안 받는 게 좋겠어."

저녁 무렵 오렌지 카운티의 한 고깃집. 1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타인종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종업원들끼리 한국말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받지마! 자리 없다고 해." "그게 낫겠지?" 몇 마디 상의 끝에 종업원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가 영어로 "미안하다. 주방에 문제가 있어서 곧 문을 닫아야 한다"며 돌려보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손님들 내 보내다니. 이유가 궁금했다. 기자의 질문에 매니저급되는 종업원이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타인종 손님들은 일손만 많이 갈 뿐 매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때는 영업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고 한다. 미끼 상품으로 마진을 쫙 빼고 무제한 고기를 9달러99센트에 내놨는데 요즘 이 '미끼'만 먹고 다른 건 먹지 않는 타인종들이 많아서 영업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인들 같으면 소주나 맥주 등 주류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마진을 좀 남길 수 있다. 그런데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계를 포함해 타인종들 대부분은 술은 커녕 음료수도 시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 그러니 가게입장에서는 매출도 저조하고 서빙하는 종업원 입장에서도 총 매상이 낮으니 팁으로 받는 액수도 타 식당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자. 10명이 와서 9.99달러짜리 무제한을 먹으면 99.99달러. 거기에 택스까지 하면 110달러 조금 안 된다. 그러면 통상 팁을 가격의 15%를 준다고 봤을 때 열심히 불판 갈아주고 고기와 반찬 리필해줘도 종업원이 받는 팁은 고작 15달러에서 많아야 20달러밖엔 되지 않는다. 더치페이 문화가 발달한 이들은 10명이 모두 따로 카드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카드 수수료도 부담되지만 카드 결제를 진행하느라 종업원 1명의 손이 묶인다.

한인과 타인종 손님들이 몰려 주중에도 최소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어바인 지역 한 무제한 고깃집에선 가격을 25% 정도 파격적으로 올릴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처음에 정한 가격으로는 도저히 이윤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미주지역의 한식당들도 앞다퉈 타인종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영어로 된 메뉴판도 비치하고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 영어로 된 홍보문구도 올리면서 타인종 손님 끌어들이기에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어느 식당에 가든 타인종 고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무제한 고깃집의 인기는 상당하다. 그러나 타인종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열심이었지만 정작 그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타인종의 소비행태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없었다. 결국 타인종 고객들은 이윤에는 도움이 안 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인 고객만으로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공부없이 타인종을 공략하면 결국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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